[100세건강] 유치 늦게 나고 손톱 잘 부러지면 '이 질환' 의심

"성장판 닫히기 전 치료 시작 중요, 최종 키에도 영향"
성장호르몬 부족 땐 골다공증·관절염·비만 초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초등학생 자녀를 둔 A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아이가 밥도 잘 먹고 잠도 충분히 자는데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들과 하루가 다르게 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검사 결과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알게 됐다.

A 씨는 "병원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어떻겠냐고 하는데 막연한 걱정이 된다"며 "아이의 키가 또래에게 맞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주사 치료를 아이가 잘 견뎌낼지, 그저 시간이 해결할 수도 있는 건 아닐지 치료 시작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뼈끝 성장판의 연골 세포 분화를 자극해 성장을 촉진한다. 이 성장호르몬이 호르몬 분비를 총괄하는 뇌하수체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체내에서 성장뿐만 아니라 신체 구성 성분 변화에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등을 초래한다. 유치가 늦게 나거나, 손톱이 잘 부러지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같은 연령과 성별에서 100명 중 키가 세 번째 이하로 작거나 연간 4㎝ 미만으로 자란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따른 저신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밖에 태어난 뒤부터 경과한 연수를 의미하는 '역연령'보다 2년 이상 골 연령이 늦어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성장 속도를 면밀히 지켜보고 같은 성별 및 또래 아동 성장 패턴과 비교해 성장 지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진단은 골 연령 검사, 뇌 영상 검사,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치료 방법으로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있다. 이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아동의 성장 속도를 높여 도달할 수 있는 성인 키로 자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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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치료는 일찍 시작해 가급적 오랜 기간 빠짐없이 유지하는 게 효과가 좋다. 10세 이후 치료를 시작할 경우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감소해 정상 성인 키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고 5세 이전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게 최종 성인 키 도달에 효과적이다.

김화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로 최대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종 신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 치료 순응도가 낮을수록 효과는 떨어지고 키 성장 속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투여 빈도가 적은 주사가 치료에 도움 될 수 있으며 지난해 주 1회 투여하는 '소마트로곤' 성분 지속형 성장호르몬 제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장기 지속형 성장호르몬(long acting GH)은 치료 기간이 길 걸로 예상되거나 주사 공포증이 있는 어린아이같이 치료 순응도 개선이 필요한 이에게 고려될 수 있다. 치료 순응도와 지속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치료 결과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주 1회 제제인 소마트로곤과 매일 투여하는 제제의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 12개월 시점 키 성장 속도는 소마트로곤 10.95㎝, 매일 투여 호르몬 9.58㎝로 확인됐다. 안전성 및 내약성(환자가 부작용을 견뎌내는 정도)은 두 제제 모두 유사했다.

김화영 교수는 "어린아이의 경우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매일 투여하는 일정 부담으로 인해 치료 순응도가 낮을 수 있는데, 낮은 치료 순응도는 성장호르몬 치료에서 키 성장 속도와 최종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주 1회 투여와 같은 장기 지속형 성장호르몬(long acting GH)은 장기 치료가 예상되거나 주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성장호르몬 결핍증 아동 치료의 순응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기 지속형 성장호르몬 제제는 치료 순응도 및 지속성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제 선택을 통해 성장호르몬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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