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담배 오래필수록 패혈증 발병 위험 높아진다"

한상훈 강남세브란스 교수팀, 건강검진 참여 성인 데이터 분석
30갑년 이상 흡연, '비흡연자' 보다 패혈증 위험도 1.344배 높아

한상훈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이은화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왼쪽부터)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흡연 기간이 길수록 패혈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 연세대학교 의료원에 따르면 한상훈·이경화·이은화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팀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정기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의 흡연 여부와 10년간 패혈증 발생 추적 조사를 시행했다.

또 연구진은 조사 전 또는 1년 이내 발생한 패혈증 환자 등을 제외한 총 388만1958명을 최종 대상자로 선정했다. 흡연 경력이 없는 비흡연자 234만2841명, 과거 흡연자(현재 중단 중 또는 이전 흡연 이력 보유자) 53만9850명, 현재 흡연자 99만9267명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모든 관찰 대상 그룹에서 흡연 누적량이 많아짐에 따라 패혈증의 발생률(IRs)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 기간을 곱한 수치를 뜻한다. 30년 갑은 매일 담배 1갑씩 30년간 흡연을 한 경우 또는 하루 2갑씩 15년간 흡연한 경우를 일컫는다.

과거 10갑년 미만으로 흡연을 시행했던 그룹은 22만9757명 중 2910건의 패혈증을 보여 IR 수치 1.25를 기록했으나, 과거 20갑년 이상 흡연을 시행했던 그룹은 16만3323명 중 6496건 패혈증이 발생해 IR 4.08에 달했다.

현재 흡연을 유지하는 그룹도 상황은 비슷했다. 10갑년 미만으로 흡연 중인 35만7115명 중 3144건의 패혈증을 보여 IR 0.86을 기록했으나 20갑년 이상은 34만1904명 중 1만962건 패혈증을 겪어 IR 3.26으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건강 검진 시행 시기 흡연 또는 비흡연 여부를 따지지 않고 평생 누적하여 시행한 흡연량이 패혈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살폈다.

모든 연구 대상자를 나이, 성별, 체질량(BMI) 지수, 알코올 섭취 등 여러 변수를 모두 대입하여 조건을 보정하고, 단순 흡연 지속 기간으로만 패혈증 발생 상관성을 따졌다.

그 결과 현재 흡연 여부와 무관하게 흡연 기간이 길면 길수록 패혈증 발생 위험도가 비례하여 증가함을 확인했다.

234만2841명에 달하는 비흡연 집단을 기준점인 위험도 1.0으로 놓았을 때, 흡연 30갑년 이상인 집단 24만9001명은 1만1347건 패혈증 발생을 보여 위험도가 1.344으로 나타났다.

한상훈 교수는 "연구를 통해 흡연이 패혈증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임을 증명했다"며 "만성질환 유·무 또는 생활 습관과 무관하게 흡연 자체가 패혈증 발생을 높이며, 흡연 유지 기간과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도 역시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30갑년 이상 흡연을 유지한 경우, 또는 지금 금연 중이라도 65세 이상이 되었다면 패혈증 발생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꾸준한 금연 정책을 펼쳐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경비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SCI 학술지 '역학 및 국제 보건 학회지'(Journal of Epidemiology and Global Health)에 '흡연과 패혈증 발생 상관관계에 대해 국가 건강 검진 자료를 이용한 한국 400만 성인의 10년 추적 연구' 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