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블랙리스트 수사에도 "헛짓거리 그만"…목록 업데이트·경찰 조롱

텔레그램 등 통해 '참의사 리스트' 아카이브 새 버전 공지
"300번 스토킹 불구속 수사로 살인 도운 경찰…의사 그만 괴롭혀"

소아를 안고 있는 한 보호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을 보고 있다./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의 실명을 공개한 '아카이브'(정보기록소) 페이지 개설과 관련해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업데이트된 해당 페이지 버전이 등장했다.

업데이트된 아카이브 페이지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감사한 의사들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참의사 리스트' 페이지다.

페이지 운영자는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을 삭제한 후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펠로), 강의실에 남은 의과대학 학생, 복귀를 독려한 의사 등의 신상을 다시 공개했다. 또 경찰에게 '헛짓거리'를 그만하라면서 조롱했다.

1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하는 집단 사직 등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 등 의사와 의대생의 신상을 공개한 '참의사 리스트' 페이지의 새 버전이 전날 공개됐다.

이 페이지는 지난 7일 응급실에 근무 중인 의사의 신상을 공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운영자는 텔레그램 익명 블로그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명단이 담긴 사이트 주소를 알렸다.

업데이트된 페이지에는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을 비롯해 일부의 신상이 삭제됐다. 기존에 공개했던 의사·의대생의 명단과 신상 정보는 대부분 남아있다.

운영자는 "응급실 명단이 언론에 좋지 않게 소개된 것을 보았다.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려 사과드린다. 응급실 명단을 내리겠다"고 적으면서 제보가 쌓여있지만, 아직 반영은 안 했다고 알렸다.

운영자는 또 '복귀 전공의 명단'을 작성한 의사에 스토킹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경찰을 비하하는 표현과 함께 "300번 스토킹한 ○○는 불구속 수사로 살인까지 하게 사실상 도와주는 공범이 '경찰'인데, 인터넷에 직장 동료들 이름 쓴 사람은 구속 수사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뭣도 모르는 사람한테 텔레그램방 운영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압수수색하고, 이젠 아카이브 운영 혐의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부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임세영 기자

앞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김태훈)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 여러 차례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에 대해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텔레그램, 아카이브 사이트 등에서 여러 차례 '의사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던 바 있다. 페이지 운영자는 자신이 A씨와 다른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의사도, 의대생도 아니다. 의사 선생님께 큰 은혜를 입어서 부탁을 받아 도와드리고 있다"면서 "(경찰은) 헛짓거리 그만하고 의사 선생님들 그만 괴롭히길 바란다"고 적었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신상 털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명단 공개, 모욕·협박 등 조리돌림에 대해 신속·엄정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에서는 블랙리스트의 유포가 의료계 내 합리적인 논의를 막는다며 비판하는 목소리 등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블랙리스트 유포의 원인에 대해 "의사들의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