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여야의정협의체 시기상조"…출범할 수 있을까

의협 등 8개단체 "전공의 수사 멈춰야…의대 증원 중단"
한동훈 "의료계와 직접 소통 중"…의료계, 내부 갈등 심화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8개 의료단체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 없이는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은 무산됐다. 다만 국민의힘은 주말에도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의체가 출범할 여지는 남아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학회 등 8개 의사 단체는 지난 13일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불통을 멈추고 전향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는 협의하자면서 아무 죄 없는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전 국민 앞에 망신을 주고 겁박하며 협의체에 들어오라는데, 이건 대화 제의가 아니고 의료계 우롱"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2025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사과, 사직 전공의 수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여당은 15개 의료단체에 공문을 보내 협의체 참석을 문의하고, 일부라도 참석하면 협의체를 출범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 증원 재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의사 단체들은 하나 둘씩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더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사태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느냐'라고 묻자 "의료대란의 첫 번째 책임은 전공의에게 있다"고 답하자, 의료계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의협 등 8개 단체는 한 총리의 발언을 두고 "정부는 요지부동"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협의체 불참의 이유이지만, 의료계 간의 불신과 갈등 또한 선결해야 할 과제다. 의협 등 8개 단체가 주최하는 브리핑에는 의정 사태의 키를 쥐고 있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 또한 이들 단체와의 논의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전협·비대위 공동명의로 "어떤 협상테이블에서도 임현택 의협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협의체가 구성되어도 박 비대위원장과 임 회장이 함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낮다.

경기도의사회도 의협을 향해 "그간 회원들은 임 회장에게 의대생, 전공의를 배제한 일방회무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명해왔는데 그들을 설득하는 노력 대신 또다시 의대생, 전공의를 배제한 입장 발표를 강행했다"며 "임 회장은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의협 등 8개 단체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협의체 문제 해결 테이블로 제안한 것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또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상록지역아동복지종합타운에서 도시락 봉사 활동을 마친 뒤 "제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전제 조건과 의제 제한없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 생각하고 빨리 모이자는 호소를 드린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주체를) 4개 다 써서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은 야당"이라며 "비판적인 입장, 수용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자꾸 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닥친 현안을 풀어 가는데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