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열 나는데 어쩌죠, 응급실 갈까요?"…소아과 전문의 조언
"90일 미만 영아라면 119 연락, 해열제 있다면 먹여봐야"
"밤엔 119 연락한 뒤 판별된 중증 응급환자만 와달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에 어린아이를 둔 부모는 '갑자기 응급실 갈 일 생기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의료진은 몇 가지 방법만 알아두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 "경증 비응급 환자는 되도록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15일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는 직접 소아 응급실로 내원하지 말고 119 연락 후 판별된 중증 응급환자만 소아 응급실을 이용해달라"며 "편리하다고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데가 아님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경련이나 호흡곤란 혹은 90일 미만 영아에게 38~39도 이상의 발열 증상이 있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 본다. 박중완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19 이용을 주저하면 안 된다"며 "119에 연락해야 필요한 처치를 너무 늦지 않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이에게 열이 난다는 이유로 무작정 응급실부터 찾는 부모가 많다. 새벽에 열이 나면 일단 해열제를 복용한 뒤 아침에 인근 병의원을 가면 된다. 진통 효과로 불편감을 줄이는 목적이다. 체온이 39도가 넘었으며 아이가 칭얼대고 힘들어할 때 주면 된다.
박중완 교수는 "만성적으로 심장, 폐가 좋지 않거나 대사 질환을 가진 아이는 고열이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전에 열성경련을 했던 아이도 해열제를 빨리 쓰는 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5세 미만의 아이는 고열과 함께 열성경련을 할 수 있다. 아이의 눈이 한쪽으로 돌고 팔다리를 떠는 모습에 부모는 매우 놀라 응급실에 온다. 그러나 고열과 함께 일어나는 열성경련은 대부분 5분 내로 멈춘다.
박 교수는 "경련 중인 아이에게 약을 억지로 먹이면 안 된다. 약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며 "딱딱하지 않은 바닥에 아이를 눕힌 뒤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는 한쪽으로 돌린다. 경련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설명했다.
의식 저하가 없는 경미한 외상은 인근 외과 병원이나 당직 병원을 이용해 진료받으면 된다. 119를 통해 갈 만한 병원을 안내받을 수 있다. 가정 내에서 1m 미만 높이에서 떨어진 경우, 아이가 평소와 다름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4세 미만의 영유아는 접하는 모든 물체를 입안으로 가져간다. 이때 삼킴으로써 기도로 넘어가 질식될 위험이 있다. 질식 유발 물질 중 절반 이상이 음식물이다. 특히 땅콩, 아몬드를 주의해야 하며, 먹이지 않는 게 좋다. 포도도 세로로 잘라서 줄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버튼 배터리가 식도에 걸리는 상황은 한마디로 초응급"이라며 "반드시 손에 닿지 않게 하고, 삼켰을 경우 응급실에 와야 한다"고 했다. 조부모가 함께 있는 가정에서는 약 보관에도 주의한다. 당뇨약, 심장약은 아이가 한 알만 먹어도 위험할 수 있다.
한편, 소아응급의학회는 "추석 연휴 소아 응급실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로 혼잡해지며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중증 환자가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나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학회는 "경증 비응급 환자는 인근의 야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이용하거나 오전에 일반 병원에 방문해달라"며 "응급실 과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나 중증 환자가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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