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어렵다" 그냥 부대 돌아간 군의관들…응급실 파열음

질환별 진료가능 의료기관, 평시 대비 7개 감소
"응급실 근무 어려워해…참여 설득해 나갈 것"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연일 일부 응급실 운영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의료 붕괴나 마비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질환별 진료가능 의료기관이 평시 대비 줄어든 데다 파견 군의관마저 원활히 배치되지 않는 등 파열음이 일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7개 질환별 진료가능 의료기관은 평균 102개소로 전일(3일) 대비 1개소 감소했다. 평시 평균 109개소 대비 7개소 감소한 수치다. 전체 409개 응급실 중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은 405개소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응급실 붕괴나 마비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은 현재 따로 없지만, 붕괴는 의료 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으나 의료 붕괴 또는 마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급의료 현장은 환자에게 최종 진료까지 이뤄져야 할 필수의료 분야의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않고서는 응급실 운영만으로 중증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질환별 진료가능 의료기관이 평시 대비 감소한 점을 근거로 든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진료 제한을 표출해도 응급의료 상황실에서 전원 의뢰가 오면 환자 상태 등을 판단해 수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선제적으로 띄워 배후 진료 상황이 좋지 않을뿐더러 책임지기 힘들다는 의미도 드러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최중증 응급 외상환자를 보는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배후 진료가 안 되면 다른 응급실로 보낼 수밖에 없다. 해결돼야 할 근본"이라며 "대통령께서 우리 응급실에 오셨지만, 이 어려움도 보셨으면 더 좋았겠다"고 토로했다.

119구급대가 다른 병원에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 10건 중 4건도 배후 진료 전문의가 없는 게 원인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119구급대 재이송 사례는 총 3597건 집계됐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433건으로 39.8%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119구급대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이송 거부 응급실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나 응급실은 "안 받고 싶어서 안 받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하는 등 현장 간의 갈등도 불거진다.

복지부가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병원에 군의관을 보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혼선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4일부터 응급실 등 의료현장에 군의관 250명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총 8명이다.

복지부는 군의관 15명을 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집중관리 대상 5개 병원에 보냈다. 이 가운데 이대목동병원은 군의관 3명과 면담한 결과 응급실 근무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병원이 이들에게 복귀 조치를 통보했다.

복지부가 당초 3명의 군의관을 투입하겠다던 아주대병원에도 전날 마취과 전문의 1명만이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응급실 진료 지원을 위해 파견된 군의관을 다시 기존 근무지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어떤 부분을 이들이 해야 하는지, 병원은 어떤 역할을 맡길지의 협의였다"면서 "협의에 조금 시간이 걸리거나 아니면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 국장은 또 "군의관 중 많지 않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최대한 파견받아 일선 병원에 지원하고 있다. 일부 응급실 근무를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장, 국방부와 협의를 해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참여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