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전공의 대표 "복지차관 발언, 사망한 뒤에 병원 가라는 것"
박민수 차관 "전화할 수 있는 상황은 경증" 발언 비판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발언에 대해 "환자를 당신의 실적으로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말처럼 부디 의료 현장에 가보라"고 비판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민수 차관이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도중 응급실의 경증 환자 이용 자제를 거론한 데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를, 국민이 호도할 통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박단 비대위원장이 "개탄한다.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환자는 정말 많고 그 중 진단 결과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고 일부는 죽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원 당시 그들은 전화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심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차관의 말은 결국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지금이 아닌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Triage)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과대학 교육과 5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노숙인도 사람이다. 사회적 약자랍시고 숫자와 통계로, 당신들의 실적으로만 보지 마라'는 2020년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서울시청 공무원과 마찰이 있어 기록해 둔 문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2년 차 레지던트로 근무하다 의대증원 발표 등을 접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편, 박 차관은 이날 '어떻게 경·중증을 판단해야 하느냐'는 라디오 진행자 질문에 "본인이 전화 걸어서 물어볼 정도면 경증"이라며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 브리핑에서 라디오 발언에 대해 "(제가) 의사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인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하면 중증일 수가 있고, 의식이 있다고 경증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차관은 또 "일반화해 말씀드렸던 것이고, 개인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황이 안 좋을 때 동네 병의원을 빨리 이용해서 체크를 받고 의사가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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