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운영 문제없다"는 정부, '배후진료' 대책엔 진땀

"전공의 이탈로 응급진료 난맥상…핵심은 배후진료 위기"
정부 "어려운 점 인정…엄중히 생각, 빠른 시일 내 해소노력"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2024.9.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대부분의 응급실이 24시간 운영 중"이라면서 의료계에서 제기되는 '응급실 붕괴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배후진료'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는 응급실을 거쳐 해당 진료과 전문의가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어렵다는 의미여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409개 응급실(권역응급의료센터 44개·지역응급의료센터 136개·지역응급의료기관 229개) 중 3개를 제외한 406개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다만 세종충남대병원·강원대병원은 야간에, 건국대충주병원은 야간·휴일에 운영이 어렵다.

409개 응급실 중 6.6%인 27개는 병상을 축소해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5918개로 전공의 이탈 전(2월 1일·6069개)보다 2.5% 줄었다. 또한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뒤 응급실 근무 의사 인력은 평시 대비 73.4%에 그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2일) 브리핑에서 "환자는 중증 위주로 우선 진료할 수밖에 없고, 현장 의료진한테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라며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일부 인력이 이탈하는 일이 생겼다. 분명 엄중한 상황이고 기관별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의료계 모두 응급실 운영난의 핵심 원인은 '배후진료' 위기로 본다. 응급실을 거쳐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외과 등의 전문의에게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의사 부족으로 이같은 배후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에 참석해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발언을 듣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응급환자 중에서도 가장 빠른 치료가 요구되는 외상환자를 보는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뉴스1에 "전공의 이탈로 마취통증의학과에 타격이 컸고 요새 정형외과마저 힘들다. 이들은 외상 환자의 뼈를 맞출 의사였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여러 군데를 다쳐서 오니, 의사 여럿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업무 가중으로 젊은 전문의들이 떠나는 가운데 외상센터는 신규 인력이 들어올지도 걱정된다. 지난해 외상외과 전문의는 11명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성우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고려대학교안암병원 진료부원장)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국회 간담회에서 "응급의학은 전공의가 응급진료에 차지하는 비율이 대개 50% 이상이었다. 그 인력이 빠지니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정책이사는 "중증 응급환자는 초기 적정하게 신속한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배후 협진과가 인력 문제를 겪는다"며 "이 상황이면 전공의 수련 기간으로 최소 4년 이상 혼란이 예상된다. 국회가 의정갈등 중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장 의료진들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추석 연휴 병의원 운영과 관련해 "의사도 쉴 권리가 있다"며 국민에게 "추석기간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라"고 언급해 진료 대란을 불안케 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매년 추석과 설 연휴 진료 대책을 만들고 있다"며 의협 등을 통해 추석 연휴 문을 열 병의원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상황이 어렵지만 그건 그거고 환자 진료는 또 진료다. 의료계에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설 연휴보다 400여 개 더 많은 4000개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추석 연휴에 지정하겠다며 배후진료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180개 중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중 27종의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평시 109개에서 지난달 말 102개로 감소했다.

박 차관은 "중증응급질환 진료 제한 표시는 배후진료가 안 된다는 의미이기에 매우 어려움이 크다고 인정한다.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 문제를 빨리 해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의료개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20%대 가장 저조한 지지율로 시작했다"며 "국민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전화 인터뷰로 "운영 어려운 응급실에 전담관을 붙여 정밀 모니터링하겠다"며 "이 문제는 의료개혁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료개혁 완수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