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과학적 근거" 주장한 의사들, 정부 추계기구 불참 왜?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 논의기구, 올해 안에 출범
"보사연에 추계센터? 독립 법제화된 상설기구 필요"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올해 안에 의사 수 추계·조정 기구를 만들어 2026학년 대학 입시부터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자는 정부에 의사들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재자도 없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처럼 이 논의기구마저 의사들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 논의기구'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겠다는 내용의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내놨다. 논의기구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 직종별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되는데 특위는 위원 추천 절차를 이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수급추계 전문위는 공급자와 수요자, 전문가 단체 추천인으로 구성되고 이때 공급자의 추천 비중을 50% 이상으로 한다. 직종별 자문위는 수급추계 전문위가 인력을 추계할 때 직역 특수성을 대변할 자문기구로 여기에도 해당 직역이 50% 이상 참여한다.

특위는 추계 작업을 도울 조직으로 내년 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내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한다. 특위는 앞으로 이 센터를 미국의 보건의료자원서비스청(HRSA) 같은 인력정책 지원 전문기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위는 우선 의사와 간호사부터 수급을 추계한 뒤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정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2026년 정원의 경우 이미 정부가 대학 입학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단기간 내 여건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런 추계 시스템을 활용한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브리핑에 배석한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도 "의협 등 의료계가 논의기구에 적극 참여해 줄 걸로 기대한다"며 "추계는 기구가 구성돼야 시작할 수 있다. 추계를 한다면 그게 의료인력 정책에 반영되는 시점도 더 빨라진다"며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의대생·전공의는 한목소리로 2025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 교수·대한의사협회 등은 논의기구에 참여하면 2026학년도 정원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정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본인들 입맛대로 논의할 게 뻔하다"며 의협 측 불참을,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시나리오마다 결과가 다르다. 정부는 의료계와 소비자에게 다양한 안을 제시, 논의하며 최선의 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용수 성균관의대-삼성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추계 기구를 통한 과학적 추산이 먼저다. 그게 안 되면 증원은 유예돼야 한다"며 보사연 내 추계센터를 두고 "정부 직속 산하기관이라,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별도의 독립, 법제화된 상설기구가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비대위원장은 "추계 기구를 통한 결정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 인정한 상황이다. 정작 2025학년도는 그 과정 없이 결정했으니, 유예가 필요하다"며 "추계 기구 운영은 투명해야 한다. 또 하나의 거수기는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단장은 "법 제정, 기구 설립에 따른 예산 확보 등 많은 절차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급 추계에 우선 착수하기 위해 보건의료 정책을 이해하는 보사연에 센터에 설치한다. 중장기적으로 전문 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상설기구 필요성은 논의된 바 있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자체적으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사직서 제출을 고민할 때인 지난 4월 제안됐다. 비대위는 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의대증원은 보류되고, 2026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출판 논문 공모 마감일은 내년 1월 31일까지며, 내년 2월 6일 공개 토론회를 통해 심사 및 시상을 진행한다"면서 "지난 6월 한덕수 총리께서 적극 지원을 약속하신 뒤 정부의 여러 자료가 공개돼 연구자들이 받아 가 추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