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임현택 리더십…비대위 위기 넘겼지만 탄핵 불씨 여전

박단 전공의 대표 "무능한 회장 함께 하지 않겠다" 탄핵 시사
"마지막 기회""물러나야"…"내분보다는 구조 개선이 더 중요"

단식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을 마치고 부축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24.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가장 큰 위기에 놓였다. 의협 대의원들이 임현택 집행부에 고강도 투쟁을 주문한 가운데 전공의 대표가 탄핵을 거론한 데다 일부 시도의사회장은 "조속한 자진 사퇴가 의료계를 위한 일"이라고 요구하는 등 여전히 큰 저항에 직면해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가 열렸다.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임현택 회장은 부축을 받으며 총회에 자리했다. 그는 사전 촬영한 영상 인사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죄송하다"며 "저와 집행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의원 총회는 의정갈등 등을 수습할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다해달라는 취지 하에 비대위 구성 안건을 부결시켰다. 임현택 집행부는 앞으로도 대정부 투쟁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이 결정은 비대위 목표, 방향 등이 불확실하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 임 회장을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총회 참석자들 설명이다. 박단 전공의 대표는 임 회장 '손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단식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영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장과 집행부는 그 역할이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야 한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만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뒤 총회 현장을 떠났다.

안건 중 '전공의 지원 성금(5억6000만원)의 고유사업 예산 편성의 건'은 전공의 지원 성금을 정식회계에 포함하고 싶다는 임현택 집행부 요청과 달리 특별회계에 편성하기로 했다. 총회에 참석한 시도의사회장 A씨는 "임현택 집행부를 의심하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특별회계로 편성하자는 수정안이 대의원 242명 중 169명이 투표에 참여해 103명의 찬성을 얻었다. 정식회계에 들어가면 '의협이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집행부는 이런 점을 겸허히 받아 사태 해결을 위해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답이다. 탄핵당하는 불명예보다, 명예로운 자진 사퇴가 좋다. 의료계는 의협을 재정비해 타협이든, 투쟁이든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 임 회장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경태 의협 감사는 "집행부는 현 상황에 대한 사죄에 가까운 회무보고를 사직 전공의 출신 기획이사에게 맡기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며 "대의원회는 보수적인 데라 아직 임 회장 사퇴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생명력은 잃었다"고 진단했다.

의협이 의사 법정단체지만 소수의 임원이 회무를 이끌고 회원들은 활동 자체를 모르는 데다 '강대강' 대치만 반복한 풍토가 고착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빅5 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B씨는 "지금 이렇게 의협 내분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협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사회의 역할이 없는 관행이 고착된 게 문제다. 의협 자체를 해산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전공의, 봉직의, 교수 역할을 확대하며 예비 의사인 의대생 목소리를 반영할 대책이 요구된다"고 첨언했다.

일련의 우려에 대해 의협 대의원회는 임 회장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임 회장이) 아집을 개선하지 않을까"라며 "사람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나 협회장 자리고,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농성장에서 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중 건강 악화로 인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2024.8.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편, 지난 26일부터 정부가 의대증원과 간호법 등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일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던 임 회장은 건강 상태가 나빠져 전날 중앙대학교병원에 후송됐다.

임 회장은 기저질환이 있었고 부정맥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일반병실에서 부정맥 등 위험 증상들에 대한 응급치료를 받고 회복한 뒤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의협 집행부는 "회장의 단식 투쟁 뜻을 이어받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