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사직행렬 속 간호사 파업…'최악 의료공백' 째깍째깍
PA간호사 업무범위·간호조무사 학력 등 쟁점
28일 간호법 '원포인트 회의' 가능성도…尹 "보건의료 파업 대책 만전"
- 김규빈 기자,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기자 =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간호법 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간호사, 의료기사 등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29일 간호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심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26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여야는 오는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각각 당론으로 채택한 간호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과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행 의료법엔 '특성화고 간호학 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간호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이 간호조무사 국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졸업해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학원에 다녀야 한다.
여당은 간호법에 '그 밖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사실상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졸업해도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특성화고와 학원들의 어려움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인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PA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라고 명시했지만, 야당은 PA간호사 업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간호법 계류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지난 13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간호사법을 8월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같은 맥락에서 야당의 요청으로 간호사법 논의를 위한 원 포인트 법안소위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은 합의되지 못했고, 야당의 태도도 기대와 달리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한 재논의를 위해 지난 23일 야당 간사에게 소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부분을 수용하겠다. 다만 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법적 근거를 오늘이라도 심사해 상임위에서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제정되었을 법이다"며 "이렇게 의료대란이 일어났으면 본인들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지금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행정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야당 탓을 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전날 간호법을 논의하기 위한 '원포인트' 상임위를 열고 간호법을 심의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 만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오전 간호법에 대한 상임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원포인트 복지위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내 중론"이라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법 채택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공의 이탈 후 전공의의 업무를 대신해온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법 제정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불법과 합법 경계에 있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소송 위험을 막아달라는 취지다. 이외에도 보건의료노조는 총액 대비 임금 6.4% 인상, 업무 범위 명확화, 진료 정상화, 불법 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어렵다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제 연차와 무급휴가를 사용하게 하면서 의료 공백의 책임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며 "현재 전공의 업무의 60%를 간호사들이 하고 있지만 그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28일 전야제 전까지는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은 27일 노조와 협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치권도 중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송금희 수석부위원장 등과 의료 현안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헤아려, 파업을 철회해주시길 요청드린다.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간호사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해 보건의료인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또한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7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보건의료 파업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며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파업시 대응방안과 응급시 운영 등 비상진료 대책 등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조정이 실패할 경우 29일 오전 7시 전국 병원 61곳에서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려대의료원, 한양대병원 등 민간병원 30곳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에서 간호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노조원 2만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빅5 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는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소재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환자가 응급·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간호사들마저 파업하면 응급 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전공이 이탈로 수술, 입원 건수가 줄어, 병원 내부 사정도 좋지 않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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