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긴 의정갈등…더 거세진 "우리 지역 의대 신설" 요구

법안만 벌써 9군데…의무사관학교, 공공의대도 거론
"의대증원도 힘들었는데"…실현 가능성은 두고 볼 대목

지난 4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이 반년 넘게 공전하는 동안 5년간 2000명씩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각 지역에서는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앞다투어 의대 신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23일 뉴스1 취재 결과 지난 5월 말 개원한 22대 국회는 총 9군데에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의료 취약지에 의대를 지어야 한다며 특정 지역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법안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원이·김문수 의원이 각각 전남 목포대, 순천대 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 '공공의대'가 공식화된 전례를 감안해 같은당 김교흥·윤종군 의원이 각각 인천대, 경기 안성의 한경국립대에 공공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법을 발의했다. 졸업한 뒤 의사가 되면 중위로 임용해 10년간 의무복무 한다는 취지다. 황 의원은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을 설치 위치로 거론하며 군 의료인력 수급 안정과 국방력 강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북 남원이 지역구인 박희승 의원은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운영법을 발의했다. 법안에 지명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2018년 보건복지부와 민주당이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남원 설치를 결정한 뒤 추진이 더뎠던 점을 고려한 재유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강승규 의원이 공주대 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으며 경북 안동·예천이 지역구인 김형동 의원은 '경상북도 국립대학교 내 의과대학 설치 및 지역의료 강화 특별법'을 통해 안동대 의대 유치에 힘을 실었다.

같은 당의 김정재 의원은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의대 운영 전에 관련 평가인증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해 개교 즉시 의학평가 인증을 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의 지역에는 포항공대가 있어 '포스텍 의대 신설 지원법'으로 이름 붙기도 했다.

전남 영암·무안·신안 지역구의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인구감소지역에 의대를 세우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목포의대 신설을 지지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차원에서도 의대 신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인천, 경기 안성, 충남 공주와 논산·계룡, 전북 남원, 전남 순천과 목포, 경북 안동과 포항 총 9개 지역 모두 △의사의 서울 쏠림으로 인한 지역 취약성 △지역 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 등을 강조한다.

전국 의과대학 신설 요구 대학 (22대 국회 법안 발의 기준)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정치권은 신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남을 보고 있다. 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전라남도의 국립의대 추진과 관련해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최근 서미화 민주당 의원의 2026년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위한 정원 배정 요구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원 배정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남도도 이달 말까지 전남 국립의대 설립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은 지금의 의정갈등보다 거세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한 증원에도 의학교육 질 저하를 이유로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

의대 신설 자체가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한 의료계 원로 A 씨는 "지금도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의학교육 준비 안 됐다'고 반발하는데 최소한 혼란은 정리한 뒤 순서를 가지고 논의할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지역 정치인-지역 대학이 이해관계로 그룹을 이뤄 싸우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의사수급 추계 기구를 만들겠다고 한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질 때 함께 거론될 소재로 본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