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환자 돕는 '대변인' 신설…의사 설명 의무화(종합)

필수진료과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지원 추진
복지부 "사법 부담없이 소신껏 진료할 여건 마련"

22일 서울 중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8.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사고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사과 등은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을 위한 '환자 대변인'도 도입된다. 아울러 정부는 필수진료과 의료진의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형사 특례를 통해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2일 정책 토론회를 열고 현재 추진 중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복지부는 의료사고로 소송이 제기되기 전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에 관한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의료사고로 환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의료진이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설명 등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유감이나 사과 등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이 조기 해결되도록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가칭)을 신설한다.

예를 들어 환자 대변인은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을 상대로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의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를 작성해 준다. 필요하다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위한 전문 상담도 제공한다.

앞으로 '의료사고 감정부'에 비의료원 감정위원 역할을 키우는 한편, 감정 전문성을 위해 의료인 감정 위원도 늘린다. 감정 불복절차 등 의료진 등 당사자의 감정 쟁점 및 의견 제시 기회는 적극 보장하며 감정·조정 제도를 평가할 '국민 옴부즈만 제도'도 도입한다.

복지부는 필수진료과 의료진을 상대로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의 지원을 추진하고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 약관도 마련해 보험 상품 개발·운영을 활성화한다. 또한 불가항력 분만 사고의 국가보상금 한도를 높이며 보상 범위는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채 3억 7000만 원으로 추산됐고 상급종합병원의 최대 배상액 지출 규모는 30억 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시장은 726억 원 규모에 그쳤다.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은 한 대학병원. 2024.8.2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하며 가입률도 34%에 머물렀다. 고위험 중증 필수 진료가 이뤄지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였던 점을 반영한 조치다.

이밖에 당사자 동의를 얻고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공유해 수사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소환 조사는 최소화한다. 기소 전 의료전문가가 참여한 형사 조정도 이뤄지게 해 양형 참작 등 분쟁을 해결한다.

복지부는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이 감면, 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특례 적용 범위나 방식 등에 대한 각계 견해차는 협의·조정해 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환자는 사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의료진은 과도한 사법 리스크 없이 소신껏 진료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론을 통해서는 "이미 발생한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조정 체계 보완도 중요하다"는 등의 제언들이 이어졌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분쟁 자체를 예방하는 노력과 더불어 이미 발생한 사건에 적절히 대응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환자안전사건 소통,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훈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사 과실이 없는데 환자가 나빠진 경우를 누가 보상해야 하느냐에 의문이 있었고 해결 못 한 과제"라면서 "필수의료의 개념 정립은 물론, 무과실 의료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