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늘린다고 취약지 의사 부족 해결 안돼"…지역 의사의 한탄

"산과에서 일하도록 경제적 보상·의료분쟁 정책 우선"
"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진료 참여 결심부터 이끌어야"

19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129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지난 2018년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지만 저출생 등 영향으로 지난달 폐업을 결정했다. 2024.6.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필수 진료과인 '산부인과'가 의사들 사이에서 '기피 과'로 전락한 가운데 지역별 산부인과 의사 1인당 가임 여성 수를 근거로 의대증원보다 기존 의료진에 합당한 보상과 의료분쟁 해결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대한모자보건학회에 따르면 황종윤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는 학회지 최신호를 통해 "(의대증원은) 교육환경도 큰 문제지만,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보건의료 취약성 해소라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부인과는 임신·분만을 다루는 산과와 부인병을 다루는 부인과로 나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상 지난 2019년 기준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5800명이다. 이 중 분만 가능한 병의원에 있는 산과 전문의 수는 총 2659명(45.8%)이었다.

황 교수가 이들 2659명과 통계청 연령별 인구 통계를 단순히 나눠본 결과, 산과 의사 1인당 15~49세 가임 여성은 4357명이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 5800명 모두 분만 진료에 참여하면 1인당 산부인과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가임 여성은 2080명까지 줄어든다.

산과 의사 1인당 가임 여성 수는 제주 6367명, 경남 6225명, 울산 5619명, 전남 5524명, 경북 5194명에 달한 반면 대전 3517명, 부산 3688명, 서울 3788명, 대구 4047명 등 지역별 격차가 컸다.

이를 산부인과 전문의 5800명으로 확대했을 때 1인당 가임 여성 수는 제주 2315명, 경남 2447명으로 확연히 줄었다. 그는 "대도시도 산부인과 의사로 보면 급감했다. 다만 대도시 산과 의사 1인당 가임기 여성 수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모든 산부인과 전문의가 산과나 분만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도 "일부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에 참여한다면 의사 확보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늦은 혼인과 임신 등 고령 임신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 임산부도 늘고 있다. 산부인과는 고위험 저보상 분야로 변모한 가운데 사회적 불신의 여파로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모든 분쟁의 원인을 명확히 할 수는 없지만 판결은 의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 판결에서 12억원의 보상금 지급이 거론됐고, 아기를 받은 의사는 압류 위기에 처했다"며 "또 다른 의사는 면허에 치명적인 처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붕괴된 출산인프라·갈 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산과 의사와 관련된 의료 인력의 양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2024.6.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는 현재 지방에 고위험 임산부가 대도시보다 많은 점을 언급하면서 "지방의 가임기 여성은 감소하고, 남은 이들도 대도시로 이주한다. 지방 출생아 수 감소는 산과 의사 수입도 줄인다. 정주 환경도 열악하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2021년 인턴 20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과정 희망 비율은 20.7%에 머물렀다. 희망하지 않는다고 한 인턴 중 상당수는 "의료소송 위험이 높다"(76.7%), "출산율 저하로 산부인과 전망이 어렵다"(57.7%)고 답했다.

이들은 정부에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소송 지원 △산부인과 수가 인상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인턴의 27%는 정부 정책에 따라 산부인과 레지던트에 지원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의사 부족 문제도 산부인과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해 온 누적된 문제 때문"이라며 "산과 의사 부족 현상은 지방에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의 관심 부족으로 이제 대도시에도 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취약지 의사 부족 문제를 의대생 늘리는 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원인이 뭔지도 모른 채 주장하는 것"이라며 "취약지에서 일할 산과 의사에게 공정한 보상과 의료분쟁 해결 정책을 마련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