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원 한 달 새 9.5배…"전공의 없이 병원 버텨낼지 걱정"

질병청 "과도한 걱정 필요없어"
교수들 "겨우 버티는데 더 확산하면 대응 어려워"

7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전공의 없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경증 환자의 동네 병의원 이용을 유도하고 중증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교수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가 861명으로 전주 475명 대비 1.8배 증가했다. 입원 환자 수는 지난 2월 첫째 주 875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6월 말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한 달간 입원 환자 수를 보면 7월 첫째주인 27주 91명에서→28주 148명→29주 226명→30주 475명→31주 861명으로 한 달 새 무려 9.5배 폭증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질병청은 8월 말까지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응급실을 찾는 코로나19 환자 중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가 93.8%로 다수여서 기존 의료 대응체계로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반병상을 운영하던 706개 병원이 현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복지부는 필요하다면 270개 국가격리병상, 436개 긴급치료병상 등 감염병 전담병상 보유 병원을 활용하는 한편 65세 이상·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해 응급실 과밀화를 방지하기로 했다.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집중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손영래 질병청 감염병위기관리국장은 이날 질병청 정례브리핑에서 "대응 자체는 지난해 여름 유행 정도에 준해 대비하고 있다"며 "국민께서는 예방 수칙을 잘 지켜, 손 씻기나 환기 등에 신경을 쓰면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의대 교수와 PA(진료지원) 간호사들로 운영 중인 의료 현장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환자가 늘어나거나,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정도의 유행 상황이라면 중환자를 버티며 막아내는데 조금 더 진폭이 커지거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중환자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엄 교수는 "8월, 9월 유행하면 그다음 유행은 1월, 2월쯤 예측되는데 이때는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고 중환자가 굉장히 많이 입원할 때"라며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계속 사직하는 상황에서 해결 안 되면 상당히 재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재 고령 입원환자가 많다. 지금은 조기 진단해 초기에 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필요한 때"라며 "중장년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보고, 입원환자 돌보는 당직을 선 다음날에도 외래를 또 여는 등 업무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 많이 지친다. PA 간호사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 어려움이 많다"며 "코로나19의 위중증을 걱정하기보다,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 문제가 부담되고 있다. 내과 상황은 대부분 이렇다"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