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두고 의사들 '내분' 격화…전공의 대표·의협 회장 충돌(종합)

여야 8월 중 처리…전공의 대표 "의협 업무보고 없어"
임현택 협회장 "시도의사회장에 설명, 협력 요청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2024.7.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여야가 이달 내 간호법을 처리하기로 하자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공의 단체 대표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의협 회장은 의협 대처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충돌하며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11일 의협 등에 따르면 전날(10일) 제2차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협의회의가 전남 목포에서 진행됐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과 의협 상임 임원진이 2개월마다 각지를 방문해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박종혁 이사, 채동영 이사도 참석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업무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군요. 저만 심각한가요"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8일 국민의힘 배준영·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회동을 통해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배 원내수석은 "8월 중 본회의에서도 쟁점이 없는 꼭 필요한 민생입법은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일선 의사들은 물론 의협 산하단체나 시도의사회도 간호법이 주목받는 분위기에 크게 반발하며 임현택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박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의협의 대처를 지적한 셈이다.

임 회장은 이날 낮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안인 의료농단, 전공의·의대생 지원책, '간호법' 등에 대해서 집행부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드렸고 시도의사회장님들의 여러 조언을 듣고 협력 요청했다"는 글을 올리며 반박했다.

박단 위원장 글에 박용언 의협 부회장, 채동영 홍보이사 등도 의협이 적극 대응 중이라고 댓글로 해명하기도 했다. 박용언 부회장은 "간호법 관련해 문건 작성은 없이 구두로 별도 설명까지 있었던 걸로 보고받았다. 문건 노출과 중요하게 보는 건 별개"라고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2024.5.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임 회장과 박 위원장은 의료현안 대응을 두고 번번이 갈등을 겪고 있다. 의대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이 반년째 공전하는 데는 의료계 내분도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개개인이 숙고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정부 요구안 마련과 병원 복귀 여부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의협이 의사 법정단체이긴 해도 전공의와 의대생 대신 정부와 대화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양측 관계가 회복 불능에 이르렀다고 본다. 임 회장의 독단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박 위원장 발언에 공감하는 이도 있지만 '내부 총질'은 지금 상황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한 사직 전공의는 "대전협 비대위원장, 의협 회장, 시도의사회장 등이 해결보다 각자 분열된 모습만 보인다. 밥그릇 싸움밖에 안 된다.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노력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똘똘 뭉쳐 간호법을 반대하던 보건의료 단체들의 '단일대오'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14개 단체가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꾸려 극렬히 반대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 간호법에 명확히 반대 의견을 밝힌 단체는 의사협회를 비롯해 총 5개에 그쳤다.

지난해 의협과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간호법에 반대했던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여당안에 대해 "양질의 간호조무사 양성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는 환영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당안이 전문대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고등학교 졸업자(졸업 인정자)로서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을 이수한 자로 한정됐다. 협회는 전문대 졸업생이 다시 학원으로 가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각각 있으니, 이번에 뭉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 간호법 자체를 막는 싸움보다 각각 직역의 요구가 잘 담길 수 있도록 연대하고 공조할 때라고 본다. 의대증원 문제에 집중하는 의협과 입장차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될 수 있게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간호조무사가 간호법 반대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1인 시위나 집회는 자제하고, 최대한 야당도 설득해 간호조무사 자격 학력 상한 철폐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