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1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새 삶 선물

기증자 유동은 양의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10대 청소년이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일 병원에서 유동은 씨(19)가 심장, 좌·우 신장, 좌·우 폐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29일 밝혔다.

유 씨는 지난 1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유 씨는 노래와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밝은 아이였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미용 일을 하고 싶어 친구들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러운 공황증세와 우울증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이겨냈다. 가족들은 삶의 끝에 좋은 일을 하고 간 딸을 통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가족들은 미안해했다.

가족에 따르면 그는 장기기증 뉴스를 보며 희망등록을 하러 가자고 했다. 또 늘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마음씨 착한 딸이었기에 마지막 가는 길도 누군가를 돕고 가길 원했을 거로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유 씨의 어머니 김선희 씨는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좋은 곳에 갔을 테니, 거기서는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 네가 사랑하던 고양이 안개도 잘 키울게.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