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배출 '절벽'에 전공의도 안 돌아와"…앞으로 병원 운영은

내년 국시 364명 접수…전공의 지원, 극소수 예상
전문의 중심병원 밑그림 발표…의료개혁 정책 속도

내년 의사 국가고시에 원서를 낸 의대생이 전체 인원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8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의 모습. 2024.7.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내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들이 전체 응시 대상의 11%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 대다수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 '전공의 없는 병원'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6시까지 국시 실기시험 응시 예정자 3200여명 중 364명(11.4%)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전년도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를 제외한 국내 의대생은 159명만 원서를 냈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 2903명의 95.52%인 2773명이 국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당장 내년에는 급감할 전망이다.

대형병원에서 수련할 전공의들이 당장 크게 줄어 연쇄적으로 전문의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오는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더디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한다는 입장인데 지원자는 극소수로 관측된다.

미복귀 전공의 대다수는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병의원, 요양병원 등의 일반의로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취득 등을 준비 중인 걸로 알려졌다. 그간의 전공의 생활이 힘들었다며 당분간 더 쉬겠다는 이들도 있다.

의대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19~25일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039명 중 50.2%(1525명)가 하반기 모집 때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의교협은 "전공의 하반기 모집이 사직 전공의의 복귀를 오히려 막게 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교육도 불가능하다"며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22일 서울 도심의 한 대형병원 게시판에 전공의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의대생과 전공의의 현장 복귀가 단기간 내 어려울 거라고 본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개혁 역점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의대생의 복귀를 전제로 국시 추가 실시 등도 검토하고 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사 국시나 전공의 모집 수가 저조하면 의료 현장에 영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문의와 진료 지원(PA) 간호사로 병원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환자를 줄이고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가 이뤄지게 한다. 대형 병원 일반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실 수가와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

전공의의 주당 수련시간을 단축하면서 꼭 필요한 교육시간은 확보하는 등의 전공의 수련에 관한 전반적인 개선안과 PA(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등을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 공급·이용 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 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법령 개정(안) 및 재정투자 계획과 함께 다음 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논의 후 발표한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범정부 차원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여 진행한다. 대신 의개특위 정책 등에 중점을 둔 브리핑을 열 계획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