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부처 장·차관 회의 참석…정책 추진에 힘 실릴 수 밖에"

의료개혁특위 출범 곧 100일…"여기 안 들어 온 의사만 손해"
"의대증원 차치 의료개혁 필요" "2026학년도 의대정원도 논의"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료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동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가 곧 출범 100일이 된다. 특위는 오는 8월 말까지 의료개혁 과제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특위의 구성 및 역할을 문제 삼으며 의사단체가 불참하고 있는 점은 옥에 티다. 다만 뉴스1이 만난 의료개혁 특위 위원들은 "의정갈등을 이유로 (특위) 불참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의대증원'을 차치하고 '의사를 위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의료개혁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제도 건의, 쟁점 조정 등의 목적으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이날로 출범 94일째가 됐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각계 의견을 조율할 위원장직을 맡았고 6개(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 기관장과 공급자단체, 수요자단체, 관계 부처 추천 민간위원 20명까지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에 따르면 그간 총 5차례 위원회를 개최했고 특위 산하 전문위원회 내 논의가 30여 차례 이뤄졌다. 추진단 관계자는 "8월 말까지 4가지 의료개혁 과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법령 개정(안) 및 재정투자 계획과 함께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특위는 우선 개혁과제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공급·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으로 정했다. 복수의 위원들은 "출범 이래 논의를 거쳐 정리된 1차 내용이 나온다. 이후 지속 보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특위의 가장 큰 장점으로 "6개 기관장(장관급)이 매 전체 회의 때 참석한다.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A 위원은 "6개 부처 장·차관급이 현재까지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들의 판단이 즉각 정책으로 마련되니, 속도감 있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의 모습. 2024.7.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B 위원은 "의대증원이라는 큰 사회적 이슈에 정부도 당위성을 보여주려면 꾸준히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지역 필수의료 정책을 궁리하고 그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며 특위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 중 예민한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아직 특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특위는 그동안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원인으로 거론된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혁 관련 논의를 지난 24일에야 소위원회 구성을 통해 시작했다. 관련 과제를 격주로 논의해 특위 산하 전문위에 상정하고,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보험개혁회의와 연계한다.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줄이도록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제5차 특위에서 논의된 걸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 사과법까지 만드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특위 위원들은 입장이 극명히 나뉘고 갈등이 첨예한 이슈들을 조정하는 일 자체가 의료개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의사단체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참여해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사태 초기부터 총력 투쟁을 검토하다, 최근에는 전공의·의대생 구제에 힘을 쏟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는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채 개원가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고,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휴학을 요구하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사태 타개책으로 특위 참여를 고민할 때라는 게 위원들 설명이다.

정부는 특위에 의사단체가 참여하면 2026학년도 의대정원 등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반을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의사들이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등 굵직한 과제의 당사자인 점도 강조한다.

B 위원은 "다른 직역은 이번 기회로 자신들의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증원 이슈를 떠나 의료개혁은 국민을 위한 일 아닐까"라고 반문하면서 "특위에 불참할수록 의사단체만 손해다. 솔직히 특위 안에서 정책을 반대하는 이가 없으면, 정부한테만 좋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C 위원은 "의대증원을 차치하더라도 '정책 논의의 창'이 열렸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의대증원에 불만 큰 건 다들 알고 있다. 특위를 통해 의사로서 요구할 개혁안을 제안했으면 싶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