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하는 반려견, 두번째 PCR 결과…살모넬라균 발견[고려앤벳]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장질환센터 증례 소개

편집자주 ...동물병원에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환견, 환묘들이 내원합니다. '뉴스1'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벳)들이 들려주는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연재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 애묘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질환 치료를 받은 강아지(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소영 수의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반려견(강아지)을 키우다보면 한번쯤은 설사하는 일이 발생한다.

설사는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소장성설사와 대장성설사로 나누기도 하고 삼투성, 분비성, 삼출성, 장운동성과 연관된 설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문진을 통해 급성 설사로 구분하고 대증치료(증상에 대한 치료)를 하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3일에서 일주일 이내 증상은 해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설사가 잦고 입이 짧고 잘 토하는 반려견들은 발병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만성적인 장의 염증으로 인해 심각한 질환에 이환될 수 있다.

이 경우 새로운 간식 또는 사료만으로도 반려견에게 췌장염 또는 급성출혈성장염, 만성염증성장병증, 심각한 위장기능장애를 동반하는 위장염이 생기기 쉽다. 심각한 경우 생사를 오가기도 한다.

쁘띠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쉽게 장에 탈이 나서 맞는 사료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나마 단백질원으로 오리고기를 기반으로 한 사료는 기호도도 좋고 변도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통을 뒤져 치킨을 다량 섭취 후 설사가 시작됐다. 지역병원에서 급성설사에 준한 지사제와 항생제, 소화가 잘 되는 사료를 처방받았으나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식욕부진이 지속되자 결국 상급병원으로 리퍼(전원 조치)됐다.

상급병원에서 복부초음파상 장이 부어있었다. IBD(염증성장질환), 장종양 가능성을 듣고 대증치료를 이어갔다. 하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알부민 수치는 하락했다. 분변 내 특정 균주를 확인하기 위한 PCR(유전자증폭기술) 검사 결과 클로스트리듐 퍼프리젠스균이 확인됐다. 항생제를 3주간 복용했고 변 상태가 나아지는듯 했다.

하지만 약을 중단하자마자 설사가 시작됐다. 알부민 수치도 추가로 떨어졌다. 종양의 배제를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진행했다. 부어있던 장을 조직검사한 결과 림프관 확장증을 동반한 IBD가 확인됐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처방받은 후 그전에는 항생제로 잡혔던 변이 완전히 물과 같은 양상의 설사로 바뀌었다. 구토, 복통, 식이거부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D에서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보호자는 쁘띠와 함께 본원으로 내원했다.

쁘띠 보호자와 자세한 문진을 한 뒤 고민에 빠졌다. 이전에 진행했던 진료와 검사, 진단과 치료가 잘못되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왜 쁘띠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에 반응하지 않은 것인지, 어떤 처방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시 꼼꼼하게 쁘띠에 대한 기록을 살폈다. 명확했던 것은 항생제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상재균 중 하나인 클로스트리듐 퍼프리젠스균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현재 분변 상태가 어떤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검사실마다 PCR 검사의 정확도가 다를 수 있고(실제 한 개의 샘플을 여러 기관에 보내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진단 당시 장 상태와 현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도가 높은 검사실에 PCR 검사를 의뢰했다.

PCR 결과 클로스트리듐균은 확인되지 않고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살모넬라균은 식품으로 인한 감염체 중에 하나로써 증식할 경우 소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균이 아직 번식 중인 상태라면 쁘띠에게는 얼마든지 영향을 주었을 수 있었다. 병력청취상에서 쓰레기통을 뒤진 이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살모넬라가 현재 증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렇게 특정 감염체에 중증감염된 경우 조직검사상에서 IBD가 나왔어도 면역억제제의 사용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종합 진단 후 살모넬라균에 대한 항생제를 처방했다. IBD에 맞게 식단을 변경하고 한달 뒤 다시 분변검사를 진행했을 때 더 이상 살모넬라균이 확인되지 않았다.

쁘띠 보호자에게는 항생제 처방을 중단하고 지속적으로 가수분해 단백질을 원료로한 사료를 먹일 것을 추천했다. 현재는 사료만으로 알부민 수치가 안정화됐고 변 점수는 3점을 유지하고 있다(2~3점이면 정상변).

클로스트리듐 퍼프리젠스균은 건강한 개체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서 건강검진 시 분변 PCR을 할 경우 자주 발견되는 병원체다. 따라서 쁘띠와 같이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있는 개체의 분변에서 검출되면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고 치료방향을 수립할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제로 IBD가 있는 환자에서 분변 내 미생물불균형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분변 PCR에서 여러 감염체들이 검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사기관마다 제각각 다른 결과를 보여주면 비싼 비용을 내고 검사를 동의한 보호자나 검사를 의뢰한 수의사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고 신뢰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쁘띠의 경우 다른 검사기관에 보내서 다시 한 번 PCR 검사를 의뢰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를 이해하고 동의해주신 보호자께 정말 감사했다.

살모넬라증에 걸린 쁘띠에게 오히려 CT촬영과 조직검사상 확인된 IBD는 치료 방향에 혼란을 준 부분이었다.

조직검사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면역억제제만 강요했다면 어땠을까. 증상은 해소되지 않고 저알부민혈증은 악화돼 자칫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세한 병력청취(어릴 때부터 최근까지 경향), 보호자와 깊은 면담, 질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 치료방향에 대한 고민을 보호자와 공유하는 것은 언제나 환자(환견·환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쁘띠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해피펫]

박소영 수의사(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박소영 난치성장질환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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