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원인 'HIV' 진단·진료 지원일 대폭 단축…"치료율 향상 기대"

최소 2주에서 한 달 걸리던 HIV 진단·치료 시점 크게 앞당겨
진료비 부담없이 신속한 치료 가능…감염인 단체 "매우 고무적"

바이러스 예시 (뉴스1DB) ⓒ News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소 2주에서 한 달까지 걸리던 국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진단 및 치료 시점이 대폭 앞당겨진다. 진단 및 치료 공백 기간을 줄이는 만큼 HIV 치료율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관리 대책'(2024~2028)을 마련한 질병관리청은 HIV/AIDS 관리지침을 개편해 HIV 감염인 진료비 지원 시점을 확인 검사 의뢰일부터 가능하도록 관련 절차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최종 확진 판정 전이라도 HIV 감염 의심 증상 등이 발현될 경우 당일 신속 치료 목적으로 HIV 관련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진료 및 검사, 약제비 등의 진료비를 지원받게 됐다.

질병청은 지난달 '2024년 질병 관리 규제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국한된 HIV 확인 검사기관을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HIV 진단에 걸리는 기간을 줄여 신속한 치료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HIV 검사 때부터 HIV 감염인들이 진료비를 지원받고 경제적 부담 없이 신속하게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진단 당일 바로 치료받는 체계가 정착된다면 당일 진단, 치료에 따른 HIV 치료율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체내에 들어와 면역체계를 파괴한다. 에이즈는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져 여러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HIV 감염 후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질병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HIV 감염인이 감염 사실을 일찍 발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면역기능을 유지해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각인돼 오던 HIV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일상에서 쉽게 관리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많은 해외 국가는 HIV 진단 당일 신속한 치료를 권고하는 동시에 HIV 진단부터 치료로 이어지는 과정을 간소화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DHHS)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HIV 진단 후 내성 등 선행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HIV 당일 치료 시작을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HIV를 진단받고 치료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HIV 감염인이 최초 검사 후 치료에 도달하려면 1차 선별검사와 2차 확인 검사를 거쳐 HIV·에이즈를 진료할 감염내과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1차 선별검사는 신속 검사 방식으로 혈액 한 방울만 채혈해 약 20분만에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즉각 치료는 어려웠다. 1차 선별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2차 확인 검사를 위해 채혈한 혈액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HIV 확인 검사가 가능한 기관이 그동안 각 지자체에 1개뿐인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가능해 검체를 보내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약 1~2주의 기간이 추가로 더 소요됐다.

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를 나타내는 붉은 리본이 장식돼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특히 최종 확진 판정 후에야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확진 판정이 나올 때까지 치료 시작일을 미루거나 공백 기간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치료 시작이 더딜수록 치료 이탈률이 높아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손문수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느라 최소 2주에서 한 달까지도 시간이 지체됐다"며 "이 기간 감염 여부나 감염 이후 삶에 대한 고민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손문수 대표는 "질병청이 HIV 당일 진단과 당일 치료를 목표로 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힌 점은 감염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좋은 소식으로, 앞으로 신규 HIV 감염인들이 안심하고 당일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청은 HIV 진단 및 치료 공백을 줄이는 데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 HIV 감염인의 진단 후 치료 시점과 치료 지연 원인 등에 대한 조사와 분석에 나서는 한편 신규 감염인이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추적 상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