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도 안 해, 사직 처리도 안 돼…4700명 전공의 누구길래
지방병원들 "교수들 사직 처리 '반발'…인원 모집 확신 없어"
일부 병원들, 사직 처리 '보류'…지방 전공의들, 수도권行 '우려'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국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복직도 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되지 않은 전공의가 약 4700명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756명 중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된 인원은 7648명이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1173명으로, 근무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안 된 전공의는 4716명이나 된다.
전공의들이 복귀와 사직 중 선택해달라는 수련병원 측의 연락을 피하거나, 수련병원 차원에서 정부의 사직 처리 결과 통보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다. 다만 일부 지방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병원, 전공의 간 의견 차로 사직서 수리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탈 전공의에 비해 사직자가 지나치게 적거나, 사직 처리결과나 9월 모집 신청을 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이듬해 3월 모집 때부터 전공의 정원(TO)을 축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직 처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은 41곳 병원은 지방에 위치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 소재 대학병원은 기존 전공의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취지다. 사직처리가 안 된 전공의들은 오는 31일 마감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한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7월 사직 처리' 방침에 반발하고 있고, 지방 병원들은 전공의들을 사직처리 한다고 할지라도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 충원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없다"며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이어지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단 사직 처리하면 전공의를 충원을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 모집할 전공의 정원 축소를 감수하고라도 사직을 보류한 채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수도권 소재 외과 교수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과는 벌써부터 전공의들 사이에서 TO를 두고 지원전략을 짜고 있다"며 "지방 소재 대학병원은 TO에 페널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년도에 줄어든 TO만큼 지원할 전공의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빅5병원은 하반기 채용에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전공의 사직서 처리를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빅5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TO는 올해와 지난해가 다른 게 없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방침을 따랐기 때문에 내년도 TO도 줄어들지 않는다. TO대로 다 모집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년도 TO가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복귀와 사직을 모두 거부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 취직도 못한다 . 이들 중 병역 대상자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어 미복귀 시 입대를 해야 한다. 사직 후 9월에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 또한 입대를 해야 한다.
다만 한 해에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복무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입대 시기 또한 수년 후로 미뤄질 수 있다.
한편 복지부는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41개 수련병원에 대한 불이익 여부를 고심 중에 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한 페널티 등 세부적인 사항은 검토해 내년도 정원 결정시 반영할 예정이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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