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율 한국 의료 종말…의사 수가 아니라 수가가 문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과장 "사회적 약자 건강권 더 악화할 것"

1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7.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국의 저비용 고효율 의료는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도 부러워했죠. 맹장수술비가 미국은 1만3000달러, 한국은 320달러고 자연 분만도 미국은 1만1200달러, 한국은 422달러고요. 그런데 저비용 고효율로 여겨졌던 한국의료는 이제 끝났습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미디어 아카데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년간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해 온 그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에 의대증원은 해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이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연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전공의·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선배 의사의 권유로 서울의료원(전 서울시립 강남병원)에서 현재 적십자병원까지 의료 취약계층을 위해 일해왔다. 지금까지 유방, 대장, 담낭, 탈장, 맹장염 등 4700여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공공병원은 분과별로 의사를 채용하기 어려워 의사 1명이 여러 수술을 도맡는다. 업무량이 많은 반면 급여는 적다. 일반병원 의사와 비교해 수입 격차도 크다. 그는 "서울의료원에서 10년 일하고 받은 퇴직금이 대학병원 전임의 몇년한 후배 퇴직금보다 적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전공의일 때만 해도 성적 상위 10%에 해당하는 의사가 필수의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 선발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공공의료 분야엔 젊은 의사를 찾기 힘들어졌다.

더욱이 공공병원의 환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2022년 십이지장암으로 적십자병원에 온 환자는 췌장, 십이지장 등을 절제하는 고난도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퇴원을 주저하길래 물으니 "고시원 방값을 못 내 갈 곳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한달치 월세 30만원를 건넸다.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스리랑카인 환자에게 항공편 60만원을 준 적도 있다. 이런 그의 행동이 알려져 후원금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는 이 돈으로 환자들을 도왔다.

그가 이렇게 수술을 하고, 환자들을 돌봐도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병원은 늘 적자에 허덕였다. 그는 "수가를 조정하는 게 아랫돌 빼 윗돌을 막는 거라 하지만, 공공병원이든 아니든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필수과 의사를 더 뽑고 일을 나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의료의 저비용 고효율 시대는 끝났다. 국민의 20%인 사회적 약자와 5%인 외국인의 건강권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젊은 의사들이 지역 필수의료, 공공의료를 외면하는데 의사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

다양한 수술을 혼자 할 외과 의사도 없으니, 병원의 전문의 채용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그는 "특정 분과 외과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수술만 하니 그것만 하는 의사로 굳어진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실손보험 도입, 의약분업,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필수의료 분야는 인력 부족이 계속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라고 강조하며 "상부 위장관 외과 전문의면 하부 위장관 수술을 함께 익히는 방식으로 전공과 부전공 분과를 함께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