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한여름 무리하게 탄탄한 몸 만들려다…근육 녹는 '이 병'
'콜라색 소변' 주 증상…급성 신부전까지 오면 생명위험
"본인 신체 능력에 맞게 단계적, 천천히 운동량 늘려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노출의 계절 여름, 살을 빼기 위해 또는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 갑작스럽게 운동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단기간 고강도 근력운동은 근육에 무리를 줘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한다. 과한 활동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친 셈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은 근육(횡문근)에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돼 근육세포가 파괴 또는 괴사하는 질환이다. 횡문근은 가로무늬근육이라는 의미로 팔이나 다리 등의 골격근 같은 근육을 말한다.
횡문근이 파괴돼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면 근육세포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 등의 성분이 혈류로 흘러 들어가고 혈류로 들어간 근육세포 내 물질은 콩팥(신장) 세뇨관을 망가뜨린다. 심한 급성 신손상을 급격히 일으킬 수도 있다.
몸속 정수기로 불리는 콩팥(신장)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이나 음식을 섭취해 생기는 노폐물을 처리하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을 조절하며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육군 훈련병이 훈련 중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후송됐지만 2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구보,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병원은 훈련병이 지나친 체온 상승과 무리한 운동에서 비롯된 근육 손상으로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내렸다. 훈련병의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최종 결론 났지만, 한동안 이름이 생소한 횡문근융해증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은 크게 사고 등으로 인해 생기는 외상성과 과도한 운동이나 감염, 약물 및 알코올 남용 등에 의한 비외상성으로 나뉜다. 비외상성은 술 마신 다음 날 과도한 운동이나 고온다습한 날씨에서의 업무나 고강도 운동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횡문근융해증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고 근육통, 부종,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운동 후 극심한 근육통이나 무기력이 지속되는 경우, 소변 색이 콜라 색으로 변하는 경우 역시 포함된다.
단순 근육통과 감별하는 방법으로, 증상이 지속되고 진한 색의 소변을 본다면 횡문근융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때 소변·혈액검사로 미오글로빈뇨 수치가 상승해 있다면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초기에 적극 치료하면 치료 예후가 매우 좋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급성 신손상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면 생명까지 위태롭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8~10%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 급성 신부전 같은 신장 손상이 동반되면 응급 투석을 하거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망률이 42%까지 높아진다. 따라서 횡문근융해증은 급성 신손상이 발생하지 않게 막는 치료가 우선된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수액 공급이다.
전해질 이상이 있다면 이를 교정하면서 신장이 손상되는 걸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 합병증으로 급성 신손상이 진행되거나 전해질 이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응급 투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응급 투석 치료가 이뤄지면 대부분 신장 기능이 회복돼 투석을 중단할 수 있다.
근육 손상 정도가 심각하면 구획 증후군도 발생할 수 있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구획 증후군은 근육이 부으면서 근육 내 압력이 증가하고 동맥을 압박하고 말단부의 혈액 공급을 차단해 4~8시간 안에 근육과 기타 연부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양지현 강북삼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이 아닌, 본인의 신체 능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천천히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운동 시에는 중간중간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지원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도 "본인 능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되 근육에 심한 무리를 주는 과격한 운동이나 부동자세는 피해야 한다"며 "활동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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