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인터뷰] "교수마저 떠나면 환자들 울분 봇물처럼 터질 것"

교수들도 이탈…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인터뷰
암 재발하고 임상시험 중단…"누가 책임지나"

(서울=뉴스1) 장시온 조윤형 박혜성 기자 = "도로에서 교통 방해하는 시위랑은 달라요. 의료공백은 환자들 생명이 걸려있어요. 목소리를 한번 내기 시작하면 봇물처럼 터질 겁니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꾸던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25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휴진을 강행한다"고 밝혔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 또한 내달 4일부터 집단휴진에 나선다. 환자단체들은 아산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는 같은날 첫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뉴스1은 지난 25일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54)를 만나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26일 오후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의대 교수들도 휴진하기 시작했다.

▶"철회할 것이라고 믿는다.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분들이다. 그들마저 떠나면 환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금 환자들은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다. 정부 압박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생명'이지 않나. 중증·응급환자는 정상진료한다는데, 그럼에도 휴진으로 피해를 보는 환자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항암 치료가 미뤄져 재발한 환자도 주변에 있다. 그런 분이 사망하면 결국 유족들의 울분이 터질 것이다. 그럼 누가 책임지나."

- 일각에서는 의료 현장의 혼란이 잦아들고 있다고 말한다.

▶"경증에서 중증 사이 '중등증' 환자들 피해가 막심하다. 치료가 중단돼도 당장 사망하지는 않지만 검사·치료가 밀리고 있다. 의료진들이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2차 병원이 북적북적한다. 다 상급병원에서 온 환자들이다. 이들 중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생명에 영향이 가는 경우가 없겠나. 그런 울분 역시 중등증 환자들 사이에 쌓여있다. 병원에 물어봐도 '죄송하다'고 할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54)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결국 핵심은 '전공의 복귀'다. 물론 필수의료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분들이다. 환자로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와야 한다. 전공의가 없으면 '협진'을 해도 검사와 시술이 어렵다. 중증 환자가 상급병원에 가는 건 협진 때문이다. 합병증이 생기면 여러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중증 환자는 정상 진료한다'는 말 자체가 환자 입장에서는 모순된 주장이다."

- 의료계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세상이 달라졌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0년 동안 본 협의체 중 가장 강력하다. 장관급 6명이 매번 회의에 오는데, 의료계만 불참하고 있다. 의대 정원의 과학적 추계를 위해 수급 추계 위원회도 생겼다. 필수·지역의료도 논의될 것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의료계만 손해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만 고집하면 의료개혁에 역행할 뿐이고 결국 여론 또한 외면할 것이다."

- 내달 4일 서울 보신각에 환자 1천 명이 모인다. 대규모 집회는 처음인데.

▶"일부러 7월 4일로 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전면휴진을 예고한 날이다. 5개월 동안 환자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우리도 울분을 쏟아내고 싶다.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원래 20명 규모였다. 그런데 80여 명의 유방암 환자들이 "나도 피켓 들고 싶다"며 찾아왔다. 날이 더워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목소리를 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집회가 끝나면 국회로 찾아가 재발방지법을 요구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사를 신뢰한다. 특히 필수의료의 길을 선택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 정부와 여론에 받은 상처도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꼭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처음 필수의료를 선택할 때의 그 마음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