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받고 단일대오 '삐걱'…의협 '내우외환'(종합)

공정위, 의협 집단휴진 강요 의혹 현장조사
의협회장 '무기한 휴진' 선언에 "임현택의 장기판 졸 아냐"

의료계 총파업(집단 휴진) 관련 현장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19일 오후 점심 식사 후 조사를 재개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현장조사에서 의협이 소속 개원의 등을 상대로 집단 휴진을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자료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2024.6.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안으로는 전공의 반발과 임현택 의협 회장의 '무기한 휴진' 발언으로 협회의 주축인 개원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대전 중구 대전시의사회 사무실 등에 조사관을 보내 지난 18일에 있었던 의료계 전면 휴진과 '의료 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의협의 강요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자료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의사회에 대한 현장 조사는 전날 대전의 휴진율이 22.9%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의협의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앞둔 지난 17일 공정위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사업자인 개원의를 회원으로 둔 사업자 단체다. 사업자 단체가 사업자에게 휴진을 강제할 경우, 넓은 의미의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위반이 인정될 경우 사업자단체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에, 의협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의협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강제성 관련 증거 자료는 메시지, 공문, SNS 등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 집단 휴진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조사를 착수한 것은 유감"이라며 "의료계에 대한 탄압과 겁박을 중단하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 "휴진 및 집회는 정부의 의대증원 행정 독주에 저항하겠다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발전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수만 의사들의 자발적인 저항 의지를 모욕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의협은 "이번 휴진과 궐기대회 개최는 의사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취재) 2024.6.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공의 대표는 이날 임현택 의협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의협의 대정부 투쟁방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협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 제안을 거절한다는 글을 올렸다. 의협은 범대위를 통해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 의사들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제안했다는 의협 발표에도 "들은 바 없다. 이런 소모적인 발언이 오고 가는 작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의협의 3대 요구에 대해 "대전협 7가지 요구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대전협 비대위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임현택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3대 요구안은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 즉각 소급 취소 등이다.

박 위원장은 또 "(무기한 휴진 관련) 의협 대의원회나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임현택 회장은 대외 입장 표명을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 임 회장에 대해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전날 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임현택 의협회장의 '무기한 휴진' 발언으로 의료계는 들썩였다.

의협 내부는 물론 각 시도의사회 임원들조차 '무기한 휴진'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개원의들도 "무기한 휴진이 현실적으로 쉽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의협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이날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통해 "의사협회 27일 무기한 휴진은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회장이 여의도 집회 마칠 때 발표시 처음 들은 이야기"라며 "회원들이 황당해 하고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임현택 회장 회무에서 단체 내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이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현택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라고도 했다.

아울러 "27일 무기한 휴진 결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 매번 이런 식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회무는 의협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리며 투쟁을 실패로 이끌수 있어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하루도 휴진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떻게 회원들한테 무기한 휴진을 권할 수 있겠느냐"며 "그건 나도 못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수원시의 한 개원의는 "사실 정부 행태가 너무 화나고 마음 같아선 다 들고 일어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휴진한다는 게 쉽겠느냐"며 "개원의가 다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 쉬는 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데 무기한 휴진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 출신의 한 개원의는 "참 갑갑하다"며 "하루 휴진도 다들 뻔히 결과를 알았는데 무기한 휴진이라니 오히려 의사 단체를 욕보이게 만드는 전략을 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설령 의협이 27일 이후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참여율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8일 전면 휴진 참여율은 14.9%(정부 발표)로 앞서 2020년 8월 의대증원에 반대해 집단휴진을 했을 때 참여율 32.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ca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