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기한 휴진' 확산…정부 '의협 해산' 초강수

의협, 범대위 출범 예고…"모든 책임 정부에 있어"
전면휴진 참여율 14.9%…"동력 상실, 무기한 휴진 무리"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을 시작으로 빅5 병원,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고, 이에 정부도 강경 대응 기조를 내놓으면서 의정갈등이 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8일) 오후 4시 기준 의협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5379개소로,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3만 6059개소 중 14.9%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8월 14일 의협이 10년간 400명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1차 집단 휴진에 나선 32.6%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6.4%로 가장 낮았고 대전이 22.9%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의협이 ARS와 네이버 휴진 설정 등을 고려해 자체 파악한 결과 휴진율은 50% 내외였다. 또 의협은 총궐기대회에 4만 명이 운집했다고 밝혔지만 경찰 추산치는 최대 1만 2000명이었다.

뉴스1 취재 결과 동네 병의원이나 대학병원들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휴진 소식을 몰랐던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찾았지만, 허탕을 치는 사례 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에 이어 개원의까지 속속 무기한 휴진을 거론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 사태 해결 관련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 없이 휴진 철회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의대 소속 교수들은 27일부터 무기한,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의대 교수들은 오는 7월 4일부터 1주일간 휴진을 결의했다. 연장 여부는 정부 정책을 보고 정할 방침이다.

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와 삼성병원 등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내부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각각 고민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20일 교수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휴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체 교수 대상 설문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선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의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교수들은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부서 업무는 유지하겠다며, 정규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우선 축소·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국립암센터에서도 전문의들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전면 휴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협도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무기한 휴진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최후의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에 △의대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수정·보완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즉각 소급 취소 등 3가지 요구를 내걸고 휴진과 총궐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정부가 "불법 전면 휴진을 전제로 한 정책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거절하자 의사들은 총력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불법 휴진이 최종 확정된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대해 의사 면허를 정지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진료 거부를 강요했다며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이어 휴진으로 환자 피해가 확인될 경우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정단체인 의협을 해산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교육부는 의대 운영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집단 행위의 금지 의무를 위반한 자는 징계 등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소속 대학 교원 복무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무기한 휴진이 지속 가능한 대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실제로 가능할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병원장 등이 집단 휴진 불허 입장을 공식화한 데다 환자는 물론 국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개원의들이 수익에 직격타를 경험할 만큼 문 닫으며 휴진에 앞장서기도 어려운 일이다.

한 시군구의사회장은 "18일 하루 휴진도 안 한 사람이 많다. 무기한 휴진을 회원들에게 꺼내기도, 독려하기도 부담스럽다. 임 회장 발표가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진료과 개원의사회 회장도 "무기한 휴진은 불가능하다. 정부 압박 수단으로 봐도, 18일 휴진율이 높지 않았다.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투쟁"이라고 토로했다.

의협은 오는 20일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의료계 단일 대오 형성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범대위 공동위원장으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를 제안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높은 수위의 투쟁이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또 "지금 불가피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국민들 앞에 송구하지만, 의료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