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사 1만2000명 총궐기…정부 "의협 해산" 시민들 "불매 운동"(종합)

정부, 업무개시명령…尹 "불법행위 엄정 대처" 지시
의협, 27일 무기한 휴진 예고…환자단체 "의사 면허 박탈하라"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최성국 이기범 정윤미 정지형 기자 = 정부의 의과 증원과 의료개혁에 반발해 전국 개원의와 대학병원 교수들이 집단으로 휴진하고 총궐기에 나섰다.

정부는 휴진에 들어간 개원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집단 진료 거부가 계속될 경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해산도 가능하다며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편법 휴진에 엄정 대응을 주문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일부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불매운동을 예고하는 한편 환자단체들도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동네 의사들, 병원 문 닫고 여의도에 집결…정부, '의협 해산' 압박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의료 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의협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여 인원은 2만 명이다. 이날 집회에는 개원의를 비롯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 의대생 자녀를 둔 부모 등 1만 2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가 휴진 후 집단행동에 나서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후 업무정지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정부는 우선 이날 오전 9시부터 개원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진료하지 않은 채 지자체의 확인 전화만 받거나 병원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하는 등 일명 '꼼수 휴진'을 막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 9500명을 동원해 3만 6000개 의료기관에 진료 여부를 현장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 앞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사전 파악된 휴진 신고율은 약 4% 수준이지만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 오전 9시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것"이라며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현장점검과 채증을 거쳐 의료법에 따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또 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의협에 대해 해산을 언급하며 초강수를 뒀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인데 집단 진료 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위반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따르지 않는 경우 임원의 변경을 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환자단체를 포함한 많은 국민, 사회 각계각층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중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역·필수 의료를 바로 세우고, 의료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의료 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총궐기 대회에서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떨어뜨린 정부의 의대 증원, 의료 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부당한 탄압을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가 총파업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서울 광진구의 한 한방병원에 야간진료 시행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 대한한의사협회 소속 전국 한방병원 400여 곳은 이날 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진료 체제 가동 및 야간 진료에 동참했다. 2024.6.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국 병원 곳곳 휴진에 환자 불편…"불매운동·면허 박탈하라" 성토

의협이 집단 휴진을 예고한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병원들이 문을 닫고 휴진에 들어갔지만 예상보다 참여율이 높지 않아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등 크고 작은 혼란이 이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은 전날(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17일~22일 외래 휴진, 외래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등을 연기한 교수는 532명(5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서울 빅5 병원들은 아직 휴진에 들어가지 않거나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에 들어간다. 삼성서울병원도 이날 병원을 이탈하거나 진료를 중단한 교수들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전체 교수의 5~10%에 그친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는 휴진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나타났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진료 교수 87명 중 약 30%인 26명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조선대병원도 이날 진료 교수의 30%가 휴진했다.

최 모 씨(88)는 치매를 앓는 남편의 진료 예약 종이를 들고 2시간이나 일찍 병원에 도착했지만, 담당의의 휴진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교수 18명이 휴진에 돌입한 부산대병원의 경우 혈액종양내과에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80대 환자가 3시간을 헤매다 다른 2차 병원으로 옮겨졌다.

혈소판감소증으로 충남대병원을 찾은 김 모 씨(65)는 "3년간 충남대병원을 다녔지만 이렇게 환자가 없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나도 어제 예약 연기 전화를 받았다가 약이 다 떨어졌다고 통 사정해 간신히 왔다. 그 많던 아픈 사람들이 다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면 자리를 비운 의사들에게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날 예고대로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가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리꾼들이 '휴진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 운동하자 글을 올렸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불법 행동 의사들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면허 박탈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