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병원들, 청소노동자 근로시간까지 단축한다
복지부, 전공의 출구전략에도 복귀율 낮을 전망
병원 경영난 가중…무급휴직도 한계, 청소 노동자에 불똥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소속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원할 경우에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출구전략을 내놨지만 얼마나 복귀할지는 정부도 병원도 가늠하기 힘든 모습이다.
또한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병원 운영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나 말처럼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병원 경영난으로 다른 직종이 고통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에서 사직서를 내고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죄부' 결정을 발표했다. 전공의의 병원 복귀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전공의 복귀율이 30~50%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돌아오면 예전과 다른 여건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대형 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 1~3차 의료기관 역할 불명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전문의 고용을 늘리고 전공의 업무 의존도는 줄이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전공의 연속 근무 단축 시범사업도 최근 들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가 줄고 있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전공의가 쏠리는 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정부는 수가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필수의료 의료진이 사명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게 돕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런 '전문의 중심 병원'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장은 "전공의 1명의 일을 전문의가 하려면 2~3명 필요하다. 전공의 연봉에 비해 전문의 연봉이 4배 많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현 수가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장을 지낸 한 의료계 인사는 "최대한 진료량은 유지하되 인건비, 재료비 등 지출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아주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가장 문제는 지금 같은 경영난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충남대병원은 최근 비상경영체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전 직원 대상 무급 휴직, 명예퇴직 수요조사 및 시행안 마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의사를 제외한 전 직군의 무급 휴가도 진행했으나 경영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시민 안전과 병원 임직원, 가족들의 생계가 걸렸다. 구조조정을 앞세울 게 아니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정부와 충남대병원에 촉구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는 간접 고용된 청소 노동자의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있었다. 청소 용역업체 태가비엠은 소속 청소 노동자 125명의 하루 근로 시간을 지난 3일부터 30분씩 단축한다고 공지했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노조는 "이로 인한 급여 손실도 상당액이 될 것으로 예상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에게는 생활고를 가중하는 결정"이라면서 "태가비엠은 현장 노동자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현장 노동자 배제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제시된 사직서 수리 조치 등이 병원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하나,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는 최악까지 가정한다면 병원 경영난과 그에 따른 고용 불안은 더 가중되리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신규 간호사 채용을 보류하는 병원이 늘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현장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간호사(일명 PA) 업무 관련 시범 사업이 업무 범위도 정해놓자, 업무에 대한 신고는 감소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병원이 채용한 간호사조차 배치를 마치지 못해 올해 신규 간호사 채용도 미뤄지는 분위기"라며 "병원들이 협회에 신규 간호사 발령 규모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협회는 꾸준히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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