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 총파업 투표"…동네의원 "국민 반감만 커질 것"
시도의사회장 등 개원가 "의협과 구체적 협의, 논의 아직 없어"
"의대생·전공의 도와야 하나 총파업 의문…국민 시각 바라봐야"
- 강승지 기자,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번 주 중 전 회원 총파업 찬반 투표를 부치는 데 대해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의문을 표했다. 현장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게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점은 알겠지만,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이 있을지 불확실하며 국민 반감도 클 거란 이유에서다.
의협은 지난 2일 열린 전국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를 거쳐 이르면 4일부터 휴진 여부, 규모, 날짜 등에 대한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한다. 오는 9일 전국 대표자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회의 후 취재진에 "회의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시도의사회 회장단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졌고 강력한 지지에 감사하다"며 "오는 5일에는 (의대 교수단체 등과) 연석회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전국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며 "전공의, 학생, 교수뿐 아니라 개원의, 봉직의까지 본격적으로 큰 싸움에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런 선전포고나 총파업 추진 계획에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구체적인 협의나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지금 시기의 파업은 국민 여론 악화, 정부 강경 대응의 빌미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3일 뉴스1에 "대다수 회장이 빼먹지 않고 참석하던 회의와 달리 어제(2일)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 참석 상황은 좋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회원 마음을 알고 회원을 대신할 사람들이지, 회원에게 총파업을 지시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 산하 시군구 의사회장 역시 "총파업 근거 마련도 쉽지 않다. 투표든, 총파업 참여든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국민적 지탄만 받으면 문제 아니겠나. 일부 지역의사회장이나 열정적인 의사 회원만 동참하는 모습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원로급 관계자는 "투표 결과 '파업 참여 안 하겠다'는 게 많이 나오면 (의협 입장에서) 창피한 일이다. 창피를 넘어 회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현장을 떠난 학생, 전공의를 돕는 건 맞지만 명분이 없고 반감만 커진다"고 전망했다.
경기도의 한 개원 의사는 "문 닫으면 환자는 당장 진료받을 수 없고, 위험할 수 있다. 대학병원도 환자를 제대로 못 받는 상황인데 (파업 참여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진작 막아야 했으나 당장 내년 입시 되돌리기 힘들고,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른바 '필수 의료'로 불리는 진료과 개원의사회장은 "우선 정부 스스로가 의대 증원을 중단시킬 수 없게 됐다. 강을 건넌 상태"라며 "정부는 의료계 총파업을 전화위복 삼을 것이다. 지금 파업은 시기상, 비용 대비 효과성, 정부 정책 방향 등 모든 것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개원의사회장은 "리더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이 국민과 의사 회원을 위해야 한다. 자신의 입지 때문에 행동하는 건 올바른 리더의 결정이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에 따른 의학교육의 질 저하, 국민 의료비 증가 등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때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날 의협의 총파업 찬반투표 방침 등에 유감을 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단휴진 투표를 실시하고 대학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끝없는 갈등과 대립만을 촉발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계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또 "최근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난과 원망이 의료계의 전체 의사분들에게 향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문제가 노정돼 붕괴 위기에 있는 필수·지역의료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향해 "이제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 함께 의료 개혁 논의에 참여해 주기 바란다"며 "정부는 필수 의료 의료진들께서 자부심을 느끼며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의사분들과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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