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에게 미안…버림받았다 생각말고 꼭 돌아오길"(종합)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기자회견…"원점재검토, 0명 의미 아냐"
"尹, 의료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타협절차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병원 교수들이 "의료계가 '의대증원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오해"라며 "정부가 원점 재논의를 받아들이면 의료계도 일단 교육이 가능한 정도의 증원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레드팀'은 조직 내 전략의 취약점을 찾아 직언하는 팀을 의미한다.
비대위는 "지난 몇 달간 정부는 불합리한 정책이 촉발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미명 하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다"며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대증원 대신 의료수가 체계와 의료전달 체계를 정비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재원과 법적 구속력을 기반으로 한 '국민 건강증진 정책 상설 협의체'를 마련하자고 했다.
비대위는 오는 30일 개원할 22대 국회에도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달라"며 "사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중요한 기회를 흘려보내고 말았다.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건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대통령실의 레드팀에 요구한다. 의대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께서는 우리 의료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합의를 원칙으로 '타협의 절차'가 중요하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현장 의료진과 국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의대교수 단체 등 의료계는 꾸준히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가정하에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일단 지금 의대 시설과 교수진으로 교육 가능한 정도의 증원을 하고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합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4일 내년 대학 입학전형의 시행계획을 승인해 이번주 중 27년 만의 의대증원이 최종 확정되는 데 대해 강 위원장은 "정하고 발표한다고 해, 변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다 되었는데도 복귀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비대위는 "14만명의 의사 중 진료하지 않고 있는 의사는 1만명에 불과하다"면서도 진료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은진 비대위원은 그 이유를 "대학병원의 환자 진료 과정은 분업화된 형태 없이 도저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 비대위원은 "쏠림 현상, 저수가, 경증 환자 등으로 많은 환자가 대학병원에 몰렸고 이들을 문제없이 진료하는데 역량을 쏟았다. 교수는 교수 업무를, 전공의는 최대 효율로 최선을 다해 간신히 유지됐는데 이들(전공의들)의 이탈로 일을 다 할 수 없어 진료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 상황에 대해 "예전만큼 (업무를) 못 하겠다. 밤새 환자보고, 수술하고 그 다음 날 외래진료를 하는 일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그래서 줄이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환자 곁을 떠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전공의·의대생들, 사태를 지켜보는 환자 등에게 "기성세대 의사로서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은진 비대위원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돌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신념을 제대로 이룰 환경을 얻으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준성 비대위원도 "젊은 의사들을 바깥으로 내몰리게 한 기성세대 의사로서 부끄럽고 반성한다. 기성 의사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다"며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의료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겠다. 우리를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 기성세대 의사로서 후배들에게, 사태의 피해자가 된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책임을 방기해왔던 나 자신을 후회하고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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