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이후 의정갈등 고조…"의료개혁 속도" vs "공공복리 위협"(종합)
정부,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 마련…"의료개혁특위 참여해달라"
임현택 "기각 판사, 대법관 회유 받아…전공의·학생 복귀 안할 것"
- 김규빈 기자,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각하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에 나서는 한편 "의대증원이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17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의료계 측이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재판부 결정은 확정이 됐다고 보고 그다음 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아 학부모, 학생들 불안 등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의대 정원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 실장은 "우선적으로는 증원이 된 대학교의 교수, 실습 기자재, 교실 등 기본적인 여건과 인프라를 갖추는 쪽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의료개혁 추진 방향에 맞추어 교육과정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의대 교육 여건은 어떻게 개선하는지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다음주쯤에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와 의료인력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각 분야별 의료개혁 과제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특위와 전문위원회에 의료인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의협, 전공의, 의학회의 추천자리는 비어있다"며 "(의료계는) 조속히 자리로 나아와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의, 의대교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 78.7%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소모적인 갈등을 접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과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항고심 법원의 결정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게 정설이다. 의료계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 판단까지는 2~3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보류했던 대입전형 시행계획 심의를 재개해 의결 후 대학에 확정해 알리고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해 공고할 예정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 대교협 심의를 받지 않는 차의과대가 아직 모집 정원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증원분 40명을 그대로 적용하면 의대 정원은 최대 1509명 늘어난다.
의료계는 항고심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이날 오전 재항고장 및 재항고이유서를 서울고법 행정7부에 제출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의대 교수들은 진료를 거부하고,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 취소 집행정지 2심을 담당한 구회근 부장판사를 향해 "회유가 있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구회근 부장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며 "의대 교수님들 집단지성에서 '이분이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은 개업을 하지, 절대로 이 고생을 해가면서 이런 모욕까지 당하면서 (대학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견"이라며 "교수들도 굉장히 격앙돼 있다. 정부에 분명하게 학생들하고 우리 전공의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라는 액션을 보여줘야 되겠다,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현재 묵묵히 현장에서 진료하고 있는 교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게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다"고 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