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법원 '기각·각하' 결정과 무관…어차피 복귀 의사 없다"
법원, 의대증원 '기각'…의대 증원 사실상 확정
전공의 복귀 '불투명'…의료공백 혼란 지속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의과대학 교수는 주 1회 휴진 결정을 내리며 반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복귀 또한 불투명해졌다.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며 의대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번 항고심에 앞서 1심은 소송을 제기한 의대생, 의대교수 등이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결정 전까지 정부에게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증원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재판부에 연구 보고서 3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교육부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등 49건의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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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정부의 증원 계획은 그대로 추진된다.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는 예정대로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이달까지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들은 이를 반영한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되는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에 힘입어,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며 "이제 의료계도 소모적인 갈등과 대정부투쟁을 거두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와 논의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의 뜻에 따라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을 멈추고 병원으로 복귀해주길 바란다"며 "의대생들도 하루빨리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환자를 살리는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즉시 재항고 하겠다는 입장이다.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한 의대교수, 의대생 등 18명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의료계도 정부도 패소할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할 예정이다"며 "사건의 중대성, 긴급성, 쟁점이 알려져 있으므로, (재항고를 해도) 대법원에서는 이달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은 이날 항고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입장문을 작성 중에 있다"며 "의료계의 입장을 모아서 17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의협 입장은 판결문 분석 후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교수님들과 같이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비상진료 체계 장기화에 대비 근무시간 재조정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항고심 결정과 무관하게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복귀 조건으로 '증원 유예'가 아닌 '의대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소속 전공의는 복귀할 가능성이 있지만,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은 복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필수의료 패키지가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을 고발한 정근영 사직전공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를 철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전공의들은 원점 재검토가 없으면 가시적인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도 "처음부터 전공의들은 (대전협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병원에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법원 결정이 어떻게 나왔다고 한들 달라질 것이 없었다"며 "이미 사직한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만을 기다리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거나,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 취직해 일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는 19~20일이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기 때문에,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연차 전공의들 일부가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3개월 넘게 수련을 받지 않으면 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지기 때문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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