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논란 보정심, 그날 무슨 일…2000명 반대한 4인 "증원은 찬성"

"발표 전 회의서 2000명 처음 언급"…정부 "만장일치 방식 아냐"
산하 전문위 12명 중 6명 '300~1000명'…종합병원은 3000명 거론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5.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기자 = 2000명 의대증원을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공개된 가운데 위원들은 증원 자체에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우려 입장을 명확히 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고법 행정7부에 보정심 회의록 등 2000명 의대증원 결정 근거 자료 총 49건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보정심 회의는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곳인가"라고 비판했다. 2000명을 정해놓고 열린 보정심 회의는 요식행위였다는 취지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위원회인 보정심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공급자 대표 6명, 수요자 대표 6명, 정부 측 7명, 보건의료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월 6일 진행된 보정심 회의는 정부가 2000명 의대증원을 발표하기 직전 이뤄졌다.

이때 회의에는 25명 위원(위원장 포함) 중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 각각 불참한 채 23명이 참석해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의 안건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방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추진방안 등 3건이 있었다.

회의록에 따라 찬반을 구분하면 23명 중 4명이 2000명 증원에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나머지는 찬성했다. 반대 4명은 의대 증원 자체에 찬성했으나 그 규모는 500~1000명 사이라고 제안했다.

위원 1은 "2000명 증원 발표에 대해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일정 규모 증원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50명, 많으면 그 2배인 700명 정도를 언급했다.

또 "2000명 너무 많다"는 위원 2는 "상당 규모의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적정 증원 규모로 500~1000명을 제시했다.

위원 4는 "의약분업 때 줄어든 정원부터 시작해 필요한 인재들을 다 생각했을 때 규모는 약 500~1000명 사이, 거의 700명 정도가 맥시멈"이라면서 2000명 증원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우려했다.

위원 10은 "단계적 증원이라면 수긍할 분들이 많을 텐데 2025년 바로 하겠다면 실행을 하는 데 있어서 난관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3000명은 돼야 한다'(위원3), '2000명 정도는 수용, 감당할 범위'(위원 5), '적정 수준이다'(위원 7), '10년 내 추가 최소 2000명 이상 늘어야 한다'(위원 9)며 즉각 환영하는 반응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2024.5.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위원들 발언을 들은 복지부 장관(위원장)이 "3가지 안건은 복지부 안대로 의결하겠다. 이의 없는가"라고 묻자 위원들은 "예"라고 했고, 추가 이의가 없어 복지부 안대로 의결됐다.

지난해 8월 9일부터 이때까지 3차례 열린 보정심에서 2000명은 처음 언급됐으며 일부 위원은 충격을 받고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 구성상 △정부 차관급 인사 △의사 외 의료 직역(한의사·간호사 등) 단체장 △환자·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의사 출신 인사보다 많아 의견 제시가 벌어지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보정심이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논의 끝에 2000명 증원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해 최종 의결됐다"고 설명한 상태다.

보정심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기 전 보정심은 의사인력 확충 등을 논의할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총 9차례 회의를 가졌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5차 회의는 위원마다 적정 증원 규모를 밝히도록 했다. 당시 위원 12명 중 10명이 대면 또는 서면으로 입장을 냈고, 이들 가운데 8명이 특정 규모를 언급했다.

6명은 적정 증원 규모가 연 300~1000명 사이라고 봤고 나머지 2명은 '5000명이든, 1만명이든 최대한 늘려야 한다'(위원 7)라거나 '6000명까지 증원'(위원 8)으로 제안했다.

이번 자료 공개로 종합병원 원장들의 모임인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정부에 "의사를 연 3000명씩 5년간 더 뽑자"고 제안했던 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의사 구인난 등을 이유로 의대증원에 적극 찬성 입장을 보여왔다. 협의회는 다만 "의대증원보다 필수의료 정책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졸업정원제 부활 △전공의 절대적 공급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제도 폐지 △의료전달체계와 수가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에게 과의존하는 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며, 전공의 업무 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우선 추진 과제로 정해 하루빨리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