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결정" vs "근거 없다"…의대증원 항고심 쟁점은

원고 적격·처분성 쟁점…항고심 "제3자 원고적격 확대 경향"
"행정소송 요건 불충족" vs "실체적 위법 더 중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의대 증원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주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의대 증원 정책의 '처분성'과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 등의 '원고 적격성'이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르면 이번 주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항고심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생 2000명 증원을 발표한 후 전공의, 의대생 등은 법원에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과 함께 효력 중단을 요구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1심은 '각하' 결정을 내렸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교수와 의대생 등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의대생, 전공의 등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심문 과정에서 '원고 적격'을 문제 삼았던 1심과 달리,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항고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그럼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그래서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의 결정 전까지 의대증원 절차를 보류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했다.

정부는 법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의대증원 근거가 됐던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전문위원회 회의록과 녹취록, 교육부의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을 제출했다.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오후 '의대 증원 소송 관련 관계부처 합동 긴급 백브리핑'에서 "그간 논의에서 의대 정원 찬성과 반대에 대한 모든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했으며, 해당 내용은 회의록 등 자료에 가감 없이 수록했다"고 했다.

또 의대 증원 결정과정에서 의료계와 의료현안 협의체 등을 통해 수차례 협의를 해왔으며, 최종적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대다수 찬성의견을 통해 의대 증원 2000명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증원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은 정책적인 결정 사항"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 앞서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법조계에서는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쉽게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1차적으로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원고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의대 증원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1심에서도 대부분 각하 결정을 내렸다"며 "다만 항고심 재판부가 원고의 범위를 이례적으로 넓게 볼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점을 감안하면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재판부에서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도 소송은 각하된다. 행정소송법 2조1항에 따르면 '처분등'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해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 등을 뜻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연구원 출신 한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원고 적격이 있는지, 행정소송이 되는 처분인지, 제소 기간을 충족했는지 등의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을 경우 '각하'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함으로 인해 의대 증원을 반드시 늘려야하는 등 법적 구속력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아 소송의 대상이 아닌 셈이 된다.

반면 의대생 등을 대리한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복지부의 정책 발표와 교육부의 수요 조사가 모두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교육부가 지난 4일을 증원신청을 마감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마감기한'이라는 구속력이 생기므로 하명에 해당하는 행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소송에서는 절차적인 위법성 여부도 심리하지만, 실체적인 위법 사유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증원 2000명'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 실체적 위법 사유에 관한 것이고, 그 과정에 있어서 여러 의견 수렴을 제대로 했느냐가 절차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항고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항고를 인용할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의 효력은 임시 중단된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본안 판단 시까지 효력이 중단되는데, 이 경우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실상 증원은 확정된다.

그러나 각 대학은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까지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의료계나 정부 모두 재항고를 통해 항고심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항고를 하면 서울고법에서 대법원에 서류를 이송해야 하며, 대법원에서 배당 후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통상 2~3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서울고법이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즉시 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신속하게 구하겠다"며 "(인용 결정이 내려지지) 그렇지 않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변호사도 전날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인용이 되면) 정부가 재항고할 수도 있다"며 "의료계도 마찬가지 입장이고, 절차는 아마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