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도 의료대란도 없었다…의정 '외국의사' 충돌(종합)

병원들 '정상 진료'…정부 "외국의사 당장 투입 안 해"
정부, 2000명 증원 자료 제출…의료계는 4만명 탄원서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전공의 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날 전국적인 휴진을 예고했지만, 동산병원은 실제 휴진 참여가 저조해 정상 진료가 이뤄졌다. 2024.5.1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을 예고했지만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원에 2000명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한 가운데 의료계는 4만 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의대 증원 저지에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국의사 투입을 놓고도 또다시 충돌했다.

◇19개 의대 비대위, 집단 휴진 예고했지만 '정상 진료'

전국 54개 병원에서 일하는 19개 의과대학 교수는 계속되는 당직과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10일 하루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병원 대부분이 정상 진료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강남·용인 포함)의 교수와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서울아산병원 교수(울산대 의대) 등이 비대위 결의에 따라 휴진을 예고했지만 실제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의료 현장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신촌 세브란스의 수술이 지난 금요일 대비 56% 수준 진행됐으며 전체 휴진율은 44%, 외래 휴진율은 23%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큰 움직임 없고 대부분 진료 현장을 지켰다"고 했고,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도 "휴진한 교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상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에서도 일부 교수들이 휴진을 결의했으나, 대다수가 정상진료에 임했다.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 병원 2곳이 휴진에 동참했지만 실제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는 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주 금요일마다 '주 1회 휴진'을 결의한 전남대병원 교수들도 2주 연속 정상 진료 체계를 유지했으며 조선대병원 교수도 주 1회 휴진 없이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일 동참 의향을 밝힌 제주대학교 의대 및 제주대병원 교수들도 휴진(외래진료·수술) 없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집단휴진을 거론하시는 의사분들은 부디 난치병을 앓는 분들, 몸이 약한 고령자를 모시는 분들과 아픈 아기를 키우는 분들, 암 치료가 연기돼 애태우는 분들의 고통을 헤아렸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8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에 이르렀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2024.5.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의정, 외국의사 충돌…"당장 투입 안 해" vs "검증 안 된 의사 수입"

정부와 의료계는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를 국내 의료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재차 충돌했다. 정부가 당장 외국 의사를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검증 안 된 의사를 수입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보완적인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면 외국 의사가 들어올 일이 없다.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도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며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는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계약 기간이나 방식, 역할 등 외국 의사의 국내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시사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료계는 외국 의대 출신 의사의 국내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현격히 떨어진다며 부실 의료를 우려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예비시험에서 합격한 뒤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해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외국 의사의 비율은 41.4%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난 4월까지 외국 의대 출신 국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는 총 422명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의대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이 안 된다"면서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렇게 질적으로 검증이 안된 의사들을 수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본인들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큰 병원에 가서 언제든 치료를 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윤정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 의장과 최용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종합접수실에 의대증원 집행정지 등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자료 제출…의료계 4만명 탄원서 제출

정부가 법원이 요청한 의대 2000명 증원 관련 의과대학 배정위원회 주요 회의 자료를 제출한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는 4만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의대 증원 저지에 나섰다.

박민수 2차관은 "배정위원회는 교육부 장관의 정책 결정을 위한 자문 역할을 담당한 위원회로서 법정 위원회가 아니며 관련 법령에 따른 회의록 작성 의무는 없다"며 "다만 회의를 하며 주요 내용을 정리한 회의 결과를 가지고 있어 이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달 30일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 측에 "2000명 증원과 관련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자료, 회의록 등 일체의 자료를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항고심 재판부에 의사 2만730명, 의대생 1407명, 국민 및 의대생 학부모 2만69명 등 총 4만2206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전날(9일) 같은 재판부에 '의대정원 증원 및 배정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바라며 전국 2997명 의대 교수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