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50일…병원은 파산 직전, 환자는 국민청원(종합)

의협, 비대위원장 자리 두고 내분…39개 의대, 이달 수업 재개

서울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적자로 인해 의사를 제외한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2024.4.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남해인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9일로 50일째가 됐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두 말 할 필요없이 환자들이다. 의료 피해 신고 건수는 600건을 넘어섰으며 병원은 환자 감소로 수백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2000명 증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곪아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듯 말 듯 뜸 들이던 의료계는 외형상 감투 자리를 놓고 내분에 휩싸이며 진통을 겪고 있다.

◇전공의 이탈 50일 '희망퇴직' 받는 병원…의료 피해 600건 돌파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8일부터 19일까지 올 연말 기준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아산병원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이후 빅5 병원 가운데 희망퇴직을 실시한 사례는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울산대 의과대학 수련병원인 아산병원은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적자가 511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의 수가 인상으로 지원된 규모는 17억 원에 불과해 재정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일 병원장은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순손실은 약 4600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고도 밝혔다.

환자가 몰리는 서울 대형 병원뿐 아니라 2차 종합병원과 지방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대 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일평균 25% 이상 수익이 감소했고, 월평균 80억 원 넘게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해 2차 종합병원이 된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자금난으로 인해 병원 휴업을 검토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500병상 이상 전공의 수련병원 50곳의 의료 수입은 전년 대비 4238억3487만 원(-15.9%) 감소했다.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공의 이탈 이후 이달 8일까지 50여일 동안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의료 피해 신고 건수는 총 643건을 기록했다.

수술 지연이 42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료 차질이 11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진료 거절 73건, 입원 지연 28건 등이었다. 의료 이용 불편 상담도 1323건에 달했다.

환자 피해가 커지면서 국민 청원도 등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국회에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한 중재를 요청하고,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을 요구하기 위해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민 청원은 지난 4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4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되며 국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목표로 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오른쪽)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 당선인 왼쪽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2024.3.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협, 내부 분열·전공의와 충돌…의대 98%, 수업 재개

정부와 대화를 추진 중인 의료계가 내분에 휩싸였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6일 차기 의협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당선인이 최근 의협 비대위에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데서 비롯됐다.

의협과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간 소통에도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회의를 갖고 정부가 원하는 '창구 일원화'에 화답하는 의미로 총선 직후 전국의과교수협의회, 대전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이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예고 하루 만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대전협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조율이 좀 덜 된 것 같아 이번 주 예정된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대와 전북대를 시작으로 재개된 의대 수업이 1개 대학을 제외한 39개 의대로 확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16개 학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나머지 23개 의대는 15일 이후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순천향대는 아직 학사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