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 재개 첫날 텅 빈 강의실…의정, 증원 1년 유예 '시끌'(종합)
대통령실은 1년 유예 부인…경찰, 의료계 수사 속도조절
- 이훈철 기자, 천선휴 기자, 김규빈 기자, 강승지 기자, 남승렬 기자, 이성덕 기자, 한귀섭 기자,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남승렬 이성덕 한귀섭 정지형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하면서 미뤄졌던 의대 학사일정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대학들이 수업 재개를 선언했지만 아직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 중인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장한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검토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는 소동을 빚었으며, 경찰은 의료계 수사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서며 대화 의지를 내비친 의정에 보조를 맞췄다.
◇전국 의대 수업 재개 첫날…돌아오지 않은 의대생
8일 경북대 의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이 수업을 재개했다. 이날 수업을 재개한 대학은 경북대와 전북대 2곳으로 파악됐다.
경북대는 본과 1~2학년과 예과 2학년은 오늘부터 2~3주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본과 3~4학년은 15일부터 대면 실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북대 의대도 원격 수업을 하고 있고, 이달 1일부터 개강한 가천대와 개강 날짜를 조율 중인 고려대도 온라인 강의를 열어뒀다.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한 것은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매 학년도 30주 이상의 수업일수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4월 중순 이전에 수업을 재개해서 학생들이 수업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면서 다른 대학들도 속속 수업 재개를 선언했다. 영남대 의대와 계명대 의대, 대구 가톨릭대 의대, 가톨릭관동대는 15일부터 수업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원대 의대는 22일 수업을 재개한다.
반면 이날 본격적인 의대 수업이 재개됐지만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된 탓에 강의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북대 관계자는 "현재 현장 강의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상황이다"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에 정상적인 신청 절차 등 요건을 모두 갖춘 유효 휴학 신청은 누적 1만 3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의대생 1만 8793명의 55.2%다.
◇정부, 의대 증원 1년 유예 검토 첫 언급…경찰, 의료계 수사 속도 조절
의료계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1년 유예를 주장한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미 학교별로 배정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릴 때는 또 다른 혼란도 예상돼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신입생 모집 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어쨌든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했을 경우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차관은 오후 다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의료계에서 제안하고 있는 '2000명 의대증원 1년 유예'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오전 발언을 번복한 것이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면서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대통령실도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 1년 유예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어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료계와 수차례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결정에 흔들림 없지만 그렇다 해도 만약 의료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정의 의견이 있거나 하다면 합리적 근거,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당국도 의료계 수사를 속도 조절에 나섰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의 고발 전 전공의를 인지 수사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들을 수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현재 상황을 놓고 분석과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전·현직 간부 수사와 관련해선 "전공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을 마치고 수사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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