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태 8주차…소강상태 속 총선 셈법 제각각
尹 대국민 담화, 전공의 대표 면담에도 다시 원점
의료계, 총선 결과에 기대감…정부는 원칙대로 진행할 듯
-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8주차로 접어들지만 해결의 기미보다는 더 악화되어 가는 양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내보인 것으로 추측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자처했다. 51분 동안 의대증원의 당위성을 직접 설명하며 국민 설득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들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눴다. 140분간 이어진 대화 내용은 양측간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면담 후 2시간여 뒤에 박 위원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에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썩 만족할 만한 만남이 아니었음을 짐작게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의미 부여했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일부 평가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독단적이고 총선에 명분만 줬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움직임을 보였고 심지어 그를 '내부의 적'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다시 원점이다.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방안'을 제시하면 의대증원을 다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요구한 대표성 있는 협의체 구성도 못하고 있다. 의견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의료계 일각에선 총선이 끝나야 의대증원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총선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게 나타나면 의료계가 의대증원 사태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20~30석 당락이 의협의 손에 달려있다고까지 자신했다.
반면 총선이 끝나면 정부는 그 결과와 관계없이 2000명 증원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한편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예정대로 집행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수련의를 시작했어야 할 예비 인턴 96%가 등록 마감일(2일)을 넘겨 수련을 포기했다. 이들은 오는 9월이나 내년 3월에 다시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휴학계 제출로 의대증원에 저항하는 의대생들도 이번주 수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집단 유급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의대생, 전공의들의 안정적인 수급 없이 우리 의료 시스템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메우던 의대 교수들도 번아웃(체력고갈) 상태다. 주 52시간으로 근무를 줄이고 수술은 물론 외래진료를 평소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그 피해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미치고 있다.
병원은 병원대로 경영난에 쪼들리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 전국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의료수입을 조사했더니 전년대비 4238억 3487만 원(감소율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0개 병원 평균 84억 7670만 원 줄었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일제히 병원을 이탈하면서 발생한 외래 및 입원 진료 차질이 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000병상 이상 9곳은 같은 의료수입이 224억 7509만 원(19.7%) 줄었는데, 큰 병원일수록 타격이 컸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정형외과 교수는 "인력이탈이 심화되는 가운데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운영되는 수술방 수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시스템적으로 병원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제7차 의협 비대위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참석해 대통령 회동 관련 내용과 전공의 비대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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