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주제 제한 없이 만나자"…교수는 환영, 전공의는 총선용(종합)

尹 '대화 제의'에 전공의 묵묵부답…의협 "의미있는 만남 돼야"
정부, 비대면 진료 보건소로 확대…의대 교수 증원 수요 조사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일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을 방문해 김의순 병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김정률 박우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의과대학 증원 문제를 놓고 전공의를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대화 주체인 전공의는 '총선을 일주일 남긴 상황에 선거용이 아니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보건소로 확대하고 의대 교수 증원 절차에도 돌입했다.

◇대통령실 "尹-전공의 만남 주제 제한 없어"…공식 답변 부재 속 전공의 "총선용 아니냐"

전날(2일) '윤 대통령이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힌 대통령실은 3일 전공의와 만남에 대해 "시간과 장소, 대화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제시해달라며 사실상 재논의를 시사했다. 이어 2일 전공의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한 발 더 다가갔다.

윤 대통령의 만남 제안은 전날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달라'고 호소한 의료계의 입장을 수용한 것뿐 아니라 의료공백이 길어진 데 대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공식 만남 제안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나 박단 대전협 회장의 공식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공의는 대통령과 만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대통령을 믿지 않을 것이며, 대화에도 나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지금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나온) 전공의들은 지난 2020년 의대생으로 있으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겪어본 이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대부분의 전공의가 총선용으로 이용만 당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협의 없이 불통으로 일방적으로 2000명을 발표해 버린 후 지속해서 의사들에 대한 협박만 일삼으니 의사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 철회 후 만나자는 의견이 (의사들 사이에서) 대다수인데, 그러지 않고 만나자고만 하니 (의사들) 대다수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는 대통령의 만남 제안에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직접 만남을 진행해 주시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와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의 한 진료과 교수는 "사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중간 어디쯤으로 결정되는 것이 현실적이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국민들이 보는 의미가 다르다. 국민들이 볼 때는 의료계도 사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비대면 진료, 보건소 등으 확대…국립대 의대 교수 증원 수요 조사

정부는 이날부터 비대면 진료 시행 기관을 보건소와 보건지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필수 의료에 대한 지원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정 지원 혁신 방안'도 마련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비상 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공중보건의사 파견이 시작된 이후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지역 보건기관의 일부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보건소 246개소와 보건지소 1341개소의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앞서 정부는 비상 진료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월 23일부터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 기관에서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비대면 진료 시행 기관이 확대되면서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2027년까지 의과대학 전임교수를 1000명까지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따라 오는 8일까지 각 대학으로부터 교수 증원 수요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늘어나는 의대 정원의 82%를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국립대 의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 필수 의료 거점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3년간 의대 전임교수 1000명 증원을 위한 절차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며 "내년도 대학별 의대 교수 증원 규모는 각 대학에서 8일까지 제출한 수요를 토대로 학생 증원 규모와 지역의 필수 의료 수요 등을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에 "정원 조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