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퇴진 운동" vs "2000명 재론 없다"…더 강경해진 의·정(종합)

교수 집단사직 D-3…군의관에 시니어 의사까지 긴급 투입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제3차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강승지 이기범 최성국 임충식 남해인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배정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충돌이 더욱 강경해진 모습이다. 양측 모두 의료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공감하면서도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선을 그었고 이에 반발한 의료계는 '정권 퇴진 운동'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과 전공의 면허정지에 대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추가 투입하고 시니어 의사 채용해 의료공백 최소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2000명 재논의 여지없어"…의협 "정권퇴진 운동 논의 중"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 정부는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의료계가 요구하는 2000명 증원 원점 재논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 학칙 개정,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등 절차를 진행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데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 온 교수님들이 환자의 곁을 떠난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곁에 남은 교수님들을 괴롭히고 집단 따돌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며 "정부는 이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이탈 전공의의 미국 면허취득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한국 의대 졸업생이 레지던트를 하기 위해서는 J-1 비자가 필요하다"며 "J-1 비자는 복지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지만 행정처분 대상자는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사실상 불허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 태도에 의료계에서는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박명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은 이날 경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 퇴진 운동을 비대위에서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저항 운동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 절박한 마음을 국민들과 함께하자는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전공의 면허정지와 연이은 의협 지도부 소환조사에 "의사들을 탄압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를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앞으로 정상적인 정부가 만들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대하듯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다.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3.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군의관·공보의 200명 추가 파견…시니어의사 신규 채용

정부는 25일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하는 한편 다음 주부터 면허가 정지되는 전공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5일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과 공보의 100명 등 총 20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앞서 투입한 213명까지 합치면 총 413명이다. 군의관과 공보의의 파견 기간은 4주로, 오는 26일까지 의료기관 내에서 교육 후에 27일부터 근무하게 된다.

정부는 또 의료기관에 시니어의사를 신규 채용하고, 퇴직 예정 의사는 채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50세 이상 79세 이하의 의사 중 활동하지 않는 의사는 약 4166명이다. 최근 5년간 전국 의과대학 퇴직 교수는 연평균 230명, 누적 1269명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 진료하는 경우 각각 진료 1회당 9만원 이내의 진료 협력지원금도 지원한다.

정부가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8개교 361명이 휴학계를 추가로 제출해 누적 8951건으로 집계됐다. 2024.3.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대 교수 사직 시작…의대생 절반 휴학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각 대학에서도 교수들의 개별적인 사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북대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는 22일 개인 SNS에 공개 사직 의사를 밝히고, 같은 날 충북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선대 의과대학 협의회도 25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장과 보직교수들은 보직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가에서는 휴학 의대생이 절반에 육박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8개교 361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정상적인 휴학 신청 절차 등 요건을 모두 갖춘 전체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8591건으로 전체 의대생 1만8793명의 47.6% 수준이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