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절반 주80시간 넘게 일해…"근무시간 계측시스템 갖추자"(종합)

전공의 처우개선 전문가 토론회 개최
정작 전공의 빠져…"지주들이 노비 처우개선 고민하는 격"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임인석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이탈사태가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노동자이자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수련 과정을 체계화하고 수련기관 간 수련의 질 격차 해소도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방안 논의에 나섰다. 다만 토론회에 참여한 현직 전공의는 없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이승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만 참여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전공의 처우, 근무여건 개선 논의를 위한 토론회인데 전공의들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이탈 전공의들이 조속히 복귀하고 정상 근무를 해나갈 수 있도록, 의료체계가 끊김이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준태 전남대 신경과 교수의 전공의 처우 개선 관련 사례를 듣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발제에 나선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7년 말 개정된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2016년 91.8시간에서 2018년 법적 주당 최대 수련시간 미만 수준(79시간)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77.7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평균 근로시간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법정 근로시간을 못 지키는 수련기관이 존재하고 연차와 전공과목, 수련기관에 따른 편차가 존재한다며 2022년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의 52%는 주당 80시간 넘게 수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과거 주당 90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2017년 전공의법이 개정되면서 법정 최대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 이내로 줄었다. 그러나 근무표 혹은 시스템상 지켜질 뿐,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실제 수련시간 현황을 정확히 관리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련병원에서 수련시간을 계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평균 수련시간을 모니터링하자고 했다.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강도를 완화하고 수련병원 간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마련하자고도 했다.

그는 "제한된 수련시간 등이 전공의 수련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와 내용을 체계화하자"면서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지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전문의 제도를 실질적인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한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역시 "근무시간도 중요하지만 생각해야 할 건 수련교육 프로그램"이라며 "도제식 방식에 변화가 있었으나. 지금은 전공의들이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반문했다.

토론자로 온 이성순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병원장(호흡기내과 교수)도 "주 80시간은 60시간 이하로, 연속근무는 24시간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36시간 연속근무는 육체적으로 말이 안 된다. 환자 안전에도 위해가 된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연속근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병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남편이 아내를 노예처럼 부리다가 아내가 집을 나간 상황"이라며 "이제 와서 집안일, 육아 조금 할 테니 돌아오라는데, 이런 노력을 5~10년 전부터 했으면 이미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됐고 전공의가 집단사직하는 일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의사와 정부 책임"이라며 "집단사직 전공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사법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정부와 의사들이 반성하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공의 시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승우 교수는 "전공의들이 훌륭한 의료 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를 이끌 시기에 처벌과 면허정지가 얘기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처우개선 토론은 전공의들이 나가기 전에 했어야 한다. 오히려 더 안 올 것 같다"면서 "정부가 이번에 의료개혁 홍보하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전공의 수련에 썼으면 국민 인식이 개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병원을 그만둔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전공의는 뉴스1에 "지주들이 모여 노비들의 처우개선을 고민하는 것과 같다"며 "정부의 인식과 의지 부재에 다시 한 번 처참함을 느낄 뿐"이라고 지적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