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 결의…"일방적 증원 추진 멈춰야"

"전세기 띄울 예산으로 필수의료 살려내라"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공의나 의대생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나 타 대학과의 공동 대응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동시에 사직서를 내는 방식이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6시 의대 기초의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 400여명이 참여한 온라인 긴급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교수비대위는 "의대 기초의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 중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했고 그 방법으로는 3분의 2 이상의 교수들이 자발적 사직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대위가 개별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를 취합하기로 했다. 교수 사직서는 전공의나 의대생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나 타 대학과의 공동 대응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동시에 최종 제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또 "수술이나 외래 진료가 지연된 환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전공의들이, 학생들이 왜 떠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지 말아달라. 우리 의료의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젊은 의사들의 간절한 외침을 경청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무리한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멈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환자 옆에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왜 그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병적으로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에만 몰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의료 공백 사태가 이대로 지속되면 대학병원 여러 곳이 문닫아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이 쓰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몰두할 게 아니라, 전세기 띄울 예산으로 필수의료를 당장 살려내라. 환자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가슴 한쪽에 사직서를 품고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정부에 "일방적 추진을 멈추고 진정한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가 언급한 '전세기'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결국 대한민국에 단 한 명의 의사도 남아 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환자를 실어날라 치료받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대학 교수들이 모두 회의를 통해 자발적인 사직을 합의했다. 다만 서울대, 연세대는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고 나머지 3개 대학은 의대생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 등으로 검토중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