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속 ‘중소·전문병원’ 재발견…정부, 상급병원 수준 보상 검토

2차 병원들, 전공의 이탈 의료공백 속 존재감 드러내
"그동안 비정상적이던 의료전달체계 이제야 정상화"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 이탈로 진료 공백이 커진 대형병원을 전공의 없는 중소 종합병원이 대신하고 있다. 그동안 환자도, 의사도 큰 병원에 몰려 소외받았던 병원들이다. 병원들은 그동안 "소아(어린아이)와 같은 약한 입장이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어 힘들다"고 호소해 왔다.

정부가 필수의료 특화 종합병원을 육성하고 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공의에게 과의존하는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해소하고 중간단계 병원을 육성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의료전달체계는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으로 환자가 적정 의료서비스를 적정 시기에 적합한 기관에서 받도록 보장한다. 경증 환자가 찾는 동네 병의원이 1차, 이보다 증상이 심한 환자가 수술 등을 위해 찾는 중소 종합병원이 2차, 중증 암 환자 등이 찾는 대형 상급종합병원이 3차다.

환자가 적합한 기관에서 적정 서비스를 받는 게 이상적인데 큰 병원의 명성을 의식해 경증 환자도 큰 병원을 간다. 중간에 끼인 병원은 존폐 위기,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지난해 11월 중소병원장들이 참여한 간담회에서도 그랬다.

간담회에서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동군산병원 이사장)은 "재난 시 소아가 약한 존재인 것처럼 보건의료 시스템에서는 중소병원이 소아와 같은 입장"이라면서 "제대로 된 보상이 없어 의사들이 병원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수진료과 의사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이고 수가는 턱없이 낮은 상황이었으나 1만 명 넘는 전공의의 집단사직과 이탈로 촉발된 대형병원의 진료 축소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꿀 좋은 기회가 됐다.

정영진 대한종합병원협의회 회장(용인 강남병원장)은 뉴스1에 "현재 2차 병원은 최일선에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건강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해진 체계로 중소종합병원은 동네 의원과 무한 경쟁했다. 종합병원들이 망하기 전에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2차) 기관인 전문병원도 관심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전문화·특성화와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해 2011년부터 전문병원을 지정한다. 전국에 총 109개가 있다.

뇌혈관·심장 등 12개 분야에 7개 진료과가 특화됐다. 대형 병원보다 기준 병상수는 적은데 담당 전문의는 더 많고 복지부 장관이 인정할 만큼 '그 분야 실력 있는 중소병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많지 않았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 평균 3억 원의 의료 질 평가 지원금과 4000만 원의 전문병원 관리료 그리고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라는 명칭 사용과 '전문병원'·'전문' 용어를 쓰며 광고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명지성모병원에서 의사집단행동 대비 현장점검을 위해 이동하며 의료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고난도 의료행위를 제공해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막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게 전문병원의 취지"라면서도 "국민은 아직 전문병원이 뭔지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가 직접 수술하는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보상은 크지 않았다. 전문병원이 환자 쏠림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도움 될 수 있다. 축구 경기도 '미드필더'가 강해야 승리하듯 전문병원도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 역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지정 뇌혈관질환 전문 종합병원인 명지성모병원을 찾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규모가 작은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13일 "2차 의료기관은 기능과 역량을 대폭 높이고 이를 위한 보상지원도 강화한다. 그 선도모델로 각 지역 의료수요를 감안해 중진료권별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중대본은 "상당한 역량을 갖춘 전문병원 사례를 감안해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받아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고난도 전문 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1~3차 의료기관 간 진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시행한다.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해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

전공의 과의존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내년에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수가 지원도 검토한다. 다음주 중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