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5000명 행정처분 속도…"절차 완료 전 복귀하면 선처"(종합)

25일 이후 면허정지‧복귀 시 선처…‧전공의 보호센터 운영
흉부외과 학회 “정책 설득 근거 부족…원점 재논의 필요”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어린 환자와 보호자가 길을 지나고 있다 .2024.3.10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약 5000명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이날부터 20여개 의료기관에 공중보건의 138명, 군의관 20명을 투입했다. 다음 주쯤에는 추가로 200여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병원에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신고센터’를 12일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할 예정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성명을 통해 의료개혁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한 것을 두고 “격오지 주민들에 대한 의료와 군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면서 비판했다.

◇근무지 이탈 1만1994명 중 4944명에게 사전통지서 발송

11일 정부는 이날까지 계약 포기‧근무지 이탈 대상 전공의 4944명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2명 중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92.9%인 1만1994명이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 4944명은 발송 20일 안에 처분 관련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된 지난 5일 사전통지서를 받았다면 소명 기한인 이달 25일 이후부터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사태가 4주 차로 접어들면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의료기관에 투입했다. 공중보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 등 총 158명을 4주간 빅5 등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 등에 파견했다. 이들은 12일까지 이틀간 교육을 받은 뒤 13일부터 실전에 투입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수요조사를 마친 후 이르면 다음 주 공보의 약 200명을 2차로 투입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 앞으로 119구급대원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 동안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 등 모두 158명을 병원 20곳에 파견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2024.3.11 /뉴스1 윤일지 기자

◇행정처분 절차 완료 전 복귀하면 선처…전공의 보호‧신고센터 운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절차 완료 전 복귀한다면 정상을 참작해 전공의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왕 제1통제관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이어 집단행동을 고민하는 상황과 관련해 “교수님들도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면서 “현장을 계속 지켜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의 복귀를 호소하면서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 남아있거나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을 위해서는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12일부터 운영한다.

전공의 보호·신고센터 통해 피해 신고를 한 전공의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다른 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후 불이익 여부도 모니터링해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을 대리해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위조 의협 공문 일명 '전공의 블랙리스트' 인터넷 유포 악플러에 대한 고발장 제출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24.3.11 /뉴스1 박정호 기자

◇흉부외과학회 “모든 사안 전면 재검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이날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이들에게 의료 이탈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회에 따르면 전국의 흉부외과 전공의는 78명이며 신입 전공의 희망자는 29명이다. 이들은 “이 얼마 안 되는 흉부외과 전공의들도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다”면서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미래도, 필수의료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정책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고 그 정책으로 국민 건강이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 정책의 시간은 종료된 것”이라면서 “모든 사안은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한 것을 두고 “격오지 주민들에 대한 의료와 군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던 공보의와 군의관 인력들이 파견되었을 때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정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전공의 블랙리스트’ 문건이 허위 사실이라면서 게시글 작성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의협 비대위의 변호를 맡은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해당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이 “엄중한 시국에 허위 위조 공문을 인터넷에 게시해 가짜뉴스를 양성하고 여론을 호도했다”면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