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K-항암 신약 FDA 첫 허가…의료대란 후폭풍에 업계 '진땀'
[제약바이오 10대 뉴스] 국산 신약 37호 개발
위고비 국내 출시…불법 리베이트 적발
- 이훈철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황진중 기자 =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국산 항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처음으로 받으며 글로벌 진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제약사와 의사 간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는 한편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도 신약 연구에 차질을 빚는 등 직격탄을 맞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소식은 유한양행의 3세대 폐암 신약 렉라자의 FDA 승인이다. 올 8월 국산 항암 신약으로 처음 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결실로 평가받았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비임상과 국내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한 뒤 물질 가치를 높였다. 이어 2018년 11월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산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얀센)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렉라자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최대 계약금 1조4000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JJ 이노베이티브 매디슨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하는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올해 4월에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가 국산 37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자스타프라잔은 차세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신약이다. 국산 신약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은 2022년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정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올 2월부터 시작된 의료 대란 장기화 속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전공의 이탈로 병원들의 환자가 줄면서 제약사의 처방의약품 매출이 감소하고 의료진 업무 과부하로 인해 바이오 업체의 신약 개발이 지연되는 등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기준 상위 10개 제약사 중 5개 사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의료대란이 10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제약사의 매출 피해는 갈수록 누적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 6월에는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업계를 강타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려제약으로부터 현금 등 금품이나 골프 접대와 같은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확인된 의사가 1000명 넘게 확인됐다. 경찰은 이중 의사·병원 직원·제약사 직원 등 280여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의사와 병원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특정 제약사 의약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상위 5위권인 한미약품은 올 초 불거진 오너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1년 동안 지속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올 1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가 추진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 통합에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반대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한미사이언스와 주력 회사의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놓고 재차 충돌했다. 모녀와 형제간 갈등은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가세하면서 확전 양상을 보였다. 양측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놓고 서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법정 공방도 불사하며 치열하게 맞선 결과 3번의 주총에서 각각 형제 측과 모녀 측이 나란히 한 번씩 승리하고 한 차례 무승부를 거두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의 경영권 갈등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 바이오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생물보안법도 올 한 해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국 연방 정부 간 계약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안은 9월 미국 하원 문턱을 넘으면서 이제 미국 상원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제재 대상 중국 기업에는 △중국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 BGI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업 우시앱텍(Wuxi AppTec) △BGI에서 분사한 MGI △MGI 미국 자회사 컴플리트 지노믹스 △CDMO 기업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이 포함됐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한 경쟁 기업에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에서 품귀현상을 일으키면서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노보 노디스크 제약의 위고비가 올 10월 국내에 출시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를 주 1회, 1개월씩 투여하도록 제조된 전문의약품으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들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기존 삭센다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는 품귀현상마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예약 문의가 끊이질 않는 등 인기를 끌었다. 다만 고도 비만 환자 외 사용과 해외 직구 구매 등의 오남용 문제가 지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산업에 대한 벤처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 가뭄에 시달리던 바이오 업계에 숨통이 트였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사의 투자액은 834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995억 원보다 2353억 원(39.2%) 증가했다.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액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2차 제재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전 대표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각각 과징금 80억 원과 1600만 원 부과처분(2차 제재)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은 지 꼬박 6년이 지나 1심에서 승소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올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도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올 1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구주매입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은 올 5월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최종 마무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10월 독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클로케(Klocke) 그룹과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 경영권 지분 인수에 대한 계약 절차를 완료했다.
알테오젠은 MSD와 피하주사제 변경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 기술이전 계약을 변경함에 따라 2000만 달러(약 265억 원)를 수령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올 6월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Navigator Medicines)에 개발 및 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9억2475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임상 1상 단계의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IMB-1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boazh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