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4인 연합 vs 오너家 형제 '장군멍군'…한미 정기 주총서 결판

한미약품 임시 주총서 4인 연합 측 박재현 대표 해임안 부결
한미사이언스 5% 보유 '라데팡스' 대주주 연합에 가세

한미그룹 임직원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본사 로비에서 이동하고 있다./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대주주 4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이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 경영권과 관련한 오너가 형제(임종윤·종훈)의 견제를 돌파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4인 연합이 승기를 잡으면서 경영권을 놓고 양측이 장군멍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4인 연합 측 이사 5인, 형제 측 5인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4인 연합과 형제 측은 내년 3월 열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경영권을 놓고 최종 담판을 지을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1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임시 주총 안건은 4인 연합 측 이사로 구분되는 △사내이사 박재현(한미약품 대표) 해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한양정밀 회장) 해임의 건과 형제 측으로 분류되는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의 건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의 건 등이다.

이사 해임 안건은 상법상 특별 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식 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의 건이 부결되면서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한미약품은 주주들의 확고한 재신임을 받게 된 박재현 대표이사는 한미약품 경영 일선에서 더욱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시 주총이 마무리되면서 4인 연합은 핵심사업회사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한미사이언스에서 형제 측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4인 연합 측 이사 6명과 형제 측 이사 4명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4인 연합이 형제 측보다 더 많은 이사 수를 확보하고 핵심사업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4인 연합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4인 연합 측과 형제 측 이사가 5:5 동률을 이루면서 4인 연합 측이 형제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 수를 확보했다.

4인 연합은 당초 한미사이언스 정관을 변경해 이사 수를 기존 10명(당시 재직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의 통과를 추진했다.

그러나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식 수 2/3의 찬성이 필요해 부결됐다. 신동국 이사만 이사회에 진입했다.

업계는 한 세력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핵심사업회사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모두 확보해야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인 연합 측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쟁 당사자 간 전격 합의 등 별다른 변화가 없을 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2025년 3월에 열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과 임주현 부회장을 비롯해 임기 만료 4인 연합 측 이사 선임의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 측 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을 제안하면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 등이 반대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관 변경과 새 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중립이나 찬성을 던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때와는 달리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가 지분 5%를 확보하고 표 대결에 힘을 더한다. 앞서 라데팡스는 대주주와 연합해 4자 연합을 결성했다.

형제 측 지분은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소폭 줄어들었다. 업계는 추가적인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신동국 회장이 이사로 진입하면서 형제 측은 견제를 받게 됐다. 중요 경영 사안 등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므로 대표 개인 의지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독자 경영을 내세운 한미약품이 한미사이언스로부터 완전한 독립 경영은 아니라고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4인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갖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