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모녀 손 들어준 자문사, 이번에도 형제 외면…주주 표심은?
해외 자문사 "대표 해임 반대"…3월 주총서 자문사 의견 반대 결과
4인 연합, 임종훈 대표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법원 판결 주목
-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한미약품(128940) 임시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형제 측이 제기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해임에 반대하며 4인 연합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3월 주총에서 모녀 손을 들어줬던 자문사 의견과 반대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번 주총에는 자문사 의견대로 주총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미약품 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4인 연합과 형제 측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4인 연합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신청한 의결권 금지 가처분 결과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총의 4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 안건은 △사내이사 박재현(한미약품 대표) 해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한양정밀 회장) 해임의 건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의 건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의 건 등이다.
ISS와 GL은 지난 5일(EST) 발표한 보고서에서 박재현 대표 해임 건을 비롯한 4건에 대해 모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지난 2년간 한미약품이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할 때, 박재현 대표 등의 부실 경영을 주장하는 주주제안(임종윤·종훈 형제)측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며 "주주제안측은 두 명의 현직 이사진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GL이 근거 불충분이라는 동일하고 명확한 사유로 주총 안건에 대한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약품의 미래 가치와 경영 안정이 달린 이번 사안에 대해 주주분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에 예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자문사의 경우 횡령이나 배임 같이 법률적 결격 사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대표 해임 등과 같은 변화에 통상적으로 보수적으로 판단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자문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하더라도 자문사 의견이 곧 주총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3월 한미약품그룹과 OCI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글래스루이스는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6명 전원에 찬성하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 5명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회사 측 후보 중 3명에 찬성, 형제 측 후보 중 2명에 찬성하며 사실상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자문사 의견처럼 모녀 측 이사가 모두 선임됐다면 한미약품과 OCI는 통합하고 경영권을 모녀가 쥐게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주총 결과 형제 측 후보가 모두 이사에 선임된 반면 모녀 측 후보는 전원 탈락했다.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 손을 들어주면서 모녀 측이 우세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형제 측이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이다.
이처럼 주총의 최대 변수는 주주들의 표심에 달렸다.
한미약품 주주 구성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42%로 대주주로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10.43% △신동국 7.72% △한양정밀 1.42% 등으로 구성됐다. 소액주주는 약 39%로 추산된다.
한미사이언스와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따라 한미약품 주총 결과가 좌우되는 구조다.
양측은 이에 소액주주의 표심잡기와 동시에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대 5로 동률을 이루고 있어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인 임종훈 대표가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4인 연합은 임종훈 대표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법원에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한미약품 주총은 형제 측의 우세가 점쳐진다. 반면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은 무의미해지고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4인 연합은 "가처분 신청은 상법 제402조(위법행위 유지청구권)에 근거하며,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임종훈 대표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어떤 법령이나 정관, 이사회 규정에서도 대표이사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미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집된 임시주총이기에 어떤 법적·절차적 흠결도 없다"고 주장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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