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한미家 경영권 분쟁…실적·주가에도 악영향

북경한미 영향 3Q 영업익 감소‥올 초 대비 주가 28% 하락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R&D 한미 핵심 가치' 철학 아래 성장 중"

한미그룹 임직원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본사 로비에서 이동하고 있다./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 형제와 대주주·모녀 간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제와 모녀 간 집안 싸움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미약품의 기업 이미지와 경쟁력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대주주 3인 연합은 최근 열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쳐야 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동국 회장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재직 중인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는 9명이었다. 3인 연합 측은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것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해 이사 수 6:4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특별건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해 통과가 어려웠다. 결국 신동국 회장만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와 3인 연합 측 이사 수는 동률을 이루게 됐다.

형제 측이나 3인 연합 측 어느 쪽도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를 모두 장악하지 못하면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5:5 동률을 이룬 것에 대해 형제 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독단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올 한 해 한미약품그룹에 드리워진 경영권 분쟁이 그룹 주력사인 한미약품 경쟁력에 상당한 데미지를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회사 순위 7위 기업인 한미약품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621억 원, 영업이익 51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7%, 11.4% 줄어든 규모다. 순이익은 3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2.3% 감소했다.

실적 감소는 북경한미약품 실적이 영향을 줬다. 북경한미약품 3분기 매출은 843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150억 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7%·42.4% 줄었다. 한미약품 측은 중국 대홍수로 인해 유통망 관련 차질이 발생해 실적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주요 제품은 성장하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 등 영향으로 기업가치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의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3분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535억 원을 달성했다. 고혈압 치료 복합제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는 3분기 36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과 성과 등에 대한 시장 평가는 싸늘하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 1월 3일 기준 37만 7000원으로 올해가 시작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9일 기준 한미약품 주가는 27만 2500원이다. 11개월여 만에 27.7%가 하락한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박재현 대표의 'R&D는 한미의 핵심 가치'라는 경영 철학에 대한 임직원들의 확고한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핵심 성장동력인 R&D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주사가 핵심 사업회사를 상대로 조직적이고 치밀한 업무방해 행위를 지속하고, 나아가 한미약품의 경영 상황과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대표이사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브랜드 가치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주주와 임직원, 고객,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기업가치를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해 한미약품의 장기적 성장과 경영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