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3인 연합, 어느 쪽도 웃지 못했다…한미家 '경영 리스크' 계속
28일 임시주총서 3인 연합, 이사회 동률 성공…형제 독주 견제
임종윤·종훈 형제, 경영권 방어 성공…사업계획 제동 불가피
- 이훈철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모녀를 주축으로 한 대주주 3인 연합과 현 경영진 형제가 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결과 양측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한미 오너일가의 경영권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는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등 3인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간 표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주총 결과 3인 연합이 추진한 이사회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은 부결된 반면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은 가결됐다.
3인 연합은 이사회 동률을 만들면서 현 경영진인 형제 측 경영 독주를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형제 측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반면 3인 연합의 견제를 받게 됐다.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주기 보다 양측 모두에게 '반쪽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인 형제 측에 맞서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추진한 3인 연합은 현재 정원 10명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11명으로 늘려 이사회 과반을 목표로 했으나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면서 실패했다.
3인 연합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뒤 한미그룹 주력사인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을 계획했으나 이사회 과반에 실패하면서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 추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다만 3인 연합은 현재 형제 측 5명 이사에 비해 4명으로 불리했던 이사회 구도를 5대 5로 동률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면서 형제 측을 견제할 힘을 갖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신동국 회장은 이날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형제 측과)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제 측은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주총을 통해 3인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경우 경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으나 이사회 확대 안건이 주총에서 무산되면서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면서 형제 측이 추진하는 경영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한미 오너일가 차남이자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고 있는 임종훈 대표이사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인수합병(M&A)·연구개발(R&D) 등에 8150억 원을 투자하고 2028년 매출액 2조3267억 원, 목표 영업이익률 13.7%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부 투자 유치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동률이 되면서 이런 형제 측의 계획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향후 3인 연합과 형제 측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부딪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 3인 연합은 임종훈 대표의 계획 발표 후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며 "8000억 원 자금 조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종훈 대표는 이날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동률이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를 위한 결정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한미약품 임시 주총도 준비 잘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예고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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